며느리밑씻개

[국민생각] ◇며느리밑씻개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는 애증의 관계가 아닐는지요. 특히 그 옛날 며느리에게는 시어머니가 아주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이 친구의 이름이 명명된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에 의해 그 옛날이나 요즈음이나 아주 사이가 좋은 관계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관계도 있겠지요. 그러나 과거 구전이나 기록에 남겨진 것을 참고하면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는 좋은 관계로 묘사되는 것보다 안 좋은 관계로 묘사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사실에 기인하여 이 친구의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꽃에 얽힌 설화가 있습니다. 며느리가 예뻐 보일 리 없었던 시어머니가 있었나 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니는 며느리와 나란히 볼일을 보게 됐다고 합니다. 휴지가 없던 시절 야산에 자란 풀로 뒤처리를 해야 했는데, 며느리는 어느 풀을 써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시어머니가 먼저 뒷정리를 하고 일어나자 다급해진 며느리가 도움을 구하며 소리쳤습니다. “어머니, 풀 좀 뜯어주세요.” 시어머니는 생각했습니다. ‘기회는 이때다!’ 얄미운 며느리를 골탕 먹이려 시어머니가 건넨 풀이 ‘며느리밑씻개’였다고 합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며느리밑씻개의 줄기를 보면 가시가 있습니다. 이런 가시로 되어있는 줄기로 뒤처리를 하도록 했으니 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상당히 안 좋았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설마 이 친구의 줄기를 뒤처리용으로 주었을까 생각도 되어서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견해도 있습니다. 며느리를 출산을 잘하여 자손이 번성하도록 한 시어미의 속 깊은 며느리 사랑이 담긴 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출산 후 며느리의 몸이 붓거나 허리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면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부인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이 식물을 채취하여 물을 우려내어 며느리의 부인병을 치료하였다고 하니 이는 며느리에 대한 사랑으로 이해가 됩니다. 이렇듯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질시와 사랑을 동시에 보여주는 친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필자의 주변을 보면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친구처럼 좋은 관계로 지내는 걸 자주 볼 수가 있어 흐뭇할 때도 많습니다. 고부(姑婦)간의 사이가 늘 좋고 서로 의지하고 힘을 주는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개화된 며느리밑씻개 꽃(사진 왼쪽)과 열매가 검게 변하는 모습.

위의 사진을 보면 이 친구의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의 모양은 고마리와 비슷하지만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고마리꽃보다 보기 힘들어서 그런지 어쩌면 너무나 예쁜 고마리꽃보다도 더 예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와같이 예쁘게 꽃이 피어있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야지에서 며느리밑씻개의 군락을 발견하여도 사진처럼 예쁜 꽃은 발견하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꽃이지고 나서 만들어지는 이 친구의 둥근 열매는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그 검은색 열매는 며느리의 까맣게 타들어 가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개인적인 견해이니 의미는 두지 마시길 바랍니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가 민망한 식물 이름을 점잖은 이름으로 고친 식물 목록을 내놓았는데 개명 원칙 중의 하나가 비속어를 사용하는 식물의 이름을 고쳐 부르는 것인데 이전에 한 번 언급한 개불알풀을 봄까치꽃이라고 고쳐 부르자는 것처럼 며느리밑씻개도 가시모밀로 부르자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연구소 안이 강제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식물학계에서는 대체로 ‘국가표준식물목록’ 추천 명을 식물명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추천 명은 국가표준식물목록위원회에서 정합니다. 따라서 동북아식물다양성연구소가 제안한 식물명 개명도 이 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해야 통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 운동은 앞으로도 계속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개불알, 밑씻개 이런 이름을 이렇게 아름다운 꽃에다 붙이다니 꽃에 대한 예의가 너무 부족해 보입니다.

이 풀의 전초를 그늘에서 말린 것을 한 움큼 넣고 대추와 감초를 약간씩 넣어 푹 달여서 수시로 마시면 아랫배가 차고 허리가 아프고 몸이 붓는 신부전증이나 신장염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의서에는 부인병인 냉대하, 자궁탈수, 음부가려움증, 치질 등에 좋고 악창이나 습진, 옴, 버짐, 그리고 어혈을 푸는 데 좋다고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장이 좋지 않은 분들께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고 합니다.

인동초

◇인동초

인동덩굴은 흔히 인동초라 불립니다. 풀처럼 보이는 것이 겨울을 거뜬히 견뎌내고 꽃을 피우니까 대단하다 싶어 여러 의미를 부여하지만, 인동초의 학명인 인동덩굴은 풀이 아니라 나무입니다. 나무이기에 겨울을 이겨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인동은 겨울철에도 말라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며 따뜻한 지역에서는 푸른 잎을 유지하며 겨울을 지내기 때문에 "겨우살이 넝쿨"이란 이름도 가지고 있다. 겨울에 열매를 보호하기 위하여 열매와 함께 에너지 소모가 클 수밖에 없는 잎을 달고서 버티고 그 이듬해 5월 이후에나 꽃을 피우는 이 친구, 그래서 겨울을 믿기 어려운 의지로 이겨내는 아니 참아낸다는 의미에서 인동(忍冬)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열매를 보호하기 위한 이 친구의 의지는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친구는 온갖 시련을 겪어내며 대통령이 되셨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상징하기도 하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겪었던 온갖 수난이 겨울을 이겨내는 인동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 듯합니다. 그래서 아마 정치인에게는 인동덩굴보다 인동초라는 이름이 입에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치인들에게 인동 이라는 말이 불굴의 의지로 곤경을 이겨내는 인내와 끈기를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는 현실입니다. 요즘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과연 인동초란 말을 그들에게 빌려주어도 되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정치판에도 노력하고 불굴의 의지를 갖추고 행동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정치인은 정치라는 마약 앞에서 흐느적거리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오죽하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발전이 더딘 곳이 정치판이라는 말이 있겠습니까? 의식을 가지고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들이 자유롭게 그리고 본인의 의지대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흰색의 인동초(사진 왼쪽)와 노란색의 인동초.

야생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쉽게 알 수 있고 어디서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동초를 제가 이곳에 소개하게 된 것은 사실 제가 잘 모르고 있던 사실이 있어서입니다. 한그루에 흰 꽃과 노란 꽃이 함께 피는 특이한 나무로 알았었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요약하여 제 개인 SNS에 올렸는데 그걸 본 지인으로부터 제가 잘못 알고 올린 글에 대해 지적하고 바로 잡아주었을 때 부끄러움보다는 고마움이 느껴졌습니다. 요즘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확증편향을 가지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임을 깨닫고 늘 새로 접하게 되는 지식에 대해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동초는 처음에는 흰색으로 피다 점점 노란색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금은화(金銀花)라고 불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살아 숨 쉬는 꽃인 흰 꽃과 죽어가는 꽃인 노란 꽃 그래서 나무가 거의 노란 꽃으로 뒤덮일 때쯤 거의 생명이 다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야지에서 이 친구의 한 나무에서 흰 꽃이 많이 보이면 이제 막 개화가 시작되었음을, 노란 꽃이 많이 달려 있으면 곧 꽃이지는 시기가 다가올 것을 짐작게 합니다.

요즘에 공원 같은 곳에 가면 토종 인동과는 다르게 보이는 붉은색의 인동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붉은색의 인동은 우리 토종이 아니고 북미가 고향인 외래종입니다. 이 친구는 꽃봉오리부터 붉은색입니다. 그리고 피어있는 모습도 야지에 있는 토종 인동초와는 약간 다르게 방사상으로 피어있고 나무의 모양도 좀 다릅니다. 이 친구가 우리 토종 인동초와 효능이 같은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인동차는 노랗게 변한 향기로운 꽃을 따다가 밝은 그늘에서 말려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것인데, 향기나 풍류가 재스민차 못지않다고 합니다. 인동초는 상처나 염증 부위의 재생을 돕기 때문에 상처 회복에도 도움을 주고 소염작용을 통해 관절 조직에 생기는 염증과 통증을 완화해주는 효능이 있으며 이뇨 작용에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소변이 잘 나오게 해준다고 합니다. 또한 해열, 감기, 당뇨, 발모, 여성 병에 특별한 효과가 있고 최근에는 간염에도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고 하는 등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입니다. 하지만 인동초는 약하기는 하지만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너무 과다섭취하거나 장기복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복용에 주의를 필요로 하는 친구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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