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각]
◇더덕꽃

뿌리를 맛있게 먹을 줄만 알았지 더덕꽃의 존재에 대해 모르던 제가 더덕꽃을 맨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꽃의 모양이 정말 감동으로 다가 왔습니다. 워낙 먹는 것으로 유명한 식물이라 보통 사람들이 더덕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으나 의외로 더덕꽃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친구의 꽃은 처음 꽃망울부터 완전하게 꽃이 필 때가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요즘 매일 산책하는 코스에 아주 작은 규모의 더덕밭이 있는데 답답할 정도로 생장속도가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최근 더덕꽃이 몇송이 피었는데 이 더덕꽃을 실제 볼 수 있을때까지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더덕꽃은 먹는 식물에서 연상되는 실용적이고 평범한 모습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여지없이 무너졌지요. 초롱 모양으로 아래를 향해 피는 더덕꽃은 녹황색이 돌면서도 자주색 점과 무늬들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이런 꽃도 있구나!’ 하는 감동을 안겨줄 정도로 매우 개성 있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지요.


필자가 군 생활을 할 때 어느 하사관께서 20년 정도 된 더덕을 먹었다가 몸이 너무 불어 군생활 하기에 몸이 너무 둔해져 전역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 뭐 그런 일이 있겠는가 다른 이유가 있겠지 하고 넘겼었는데 며칠 전 제 SNS에 자주 들리는 지인께서 제가 살찔까봐 더덕은 잘 안 먹는다 했더니 살이 더덕더덕 찐다고 더덕이라 했다고 글을 올려서 많이 웃었는데 더덕이 그런 효과도 있나 봅니다. 물론 근거는 없는 얘기지만요.

그 옛날 더덕은 자연산만 있었겠지요. 하지만 요즘은 재배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자연산은 재배한 더덕보다 향이 강하고 약효가 좋다고 합니다. 산삼과 마찬가지로 공급량이 일정치 않아 재배한 더덕보다 값이 비싸다고 합니다. ‘산에서 나는 고기’라고 할 만큼 씹는 재미가 크고 산삼만큼 약효가 뛰어나다고 합니다. 10년 이상 된 자연산 더덕을 먹어본 다수의 경험자들에 의하면 더덕을 한 뿌리 먹자마자 그 자리에서 잠들었다가 잠에서 깨어나면 힘이 솟고 전신이 가벼워졌다는 보고도 있다고 하니 효능이 뛰어나나 봅니다. 또 어린잎은 나물이나 쌈으로 먹을 수 있어 버릴 게 없는 식재료 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사삼(沙蔘)을 더덕으로 알고 있고 더덕을 사삼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동의보감에 기록이 되어있어 더욱 더 그렇게 인식이 되어있나 봅니다. 하지만 사삼은 더덕이 아니라 잔대라고 합니다. 동의보감의 기록이 잘못된 것이라고 합니다. 동의보감에 사삼을 더덕이라고 수록해 놓은 것을 보면 아마도 당시에 사삼을 더덕과 혼용했던 것 같습니다.

학문의 모든 부분이 그렇듯이 중요 오류에 대해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는 견해가 있는데 다행히도 이 부분은 약재에 대한 규격과 기준을 정리하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어 지금은 사삼과 더덕을 다르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덕 뿌리에는 인삼에만 있다고 알려진 사포닌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폐의 기능을 강화해준다고 합니다. 기침을 멈추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해열, 거담, 소염 기능이 뛰어나므로 편도선염, 인후염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더덕을 손질할 때 쓴맛을 없애기 위해 물에 오래 담가두는 경우가 있는데, 더덕의 사포닌 성분은 물에 잘 녹는 성질 때문에 물에 오래 담그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오래 담그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껍질을 벗기고 소금물에 잠깐 담갔다 꺼내면 쓴맛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계요등

계요등(鷄尿藤)은 식물체 특히 잎과 줄기에서 닭의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꽃모양을 보면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이 쓰던 등의 모양을 닮았습니다. 그래서 계요등 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한편으로 닭의 오줌이 아니라 닭의 똥냄새가 난다하여 계시등(鷄屎藤)이라고도 불리었다고 하는걸 보면 냄새가 지독했나 봅니다. 실제 냄새를 맡아보면 견딜만 한데 현대인들은 우리 조상들에 비해 너무 많은 냄새 속에서 살아서 일까요? 과거 우리 조상들에 비해 냄새에 더 둔해진 이유도 있을것으로 사료됩니다.

또한 구렁내가 나기 때문에 구렁내덩굴 이라고도 불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구렁내덩굴이라는 이름은 우리 조상들이 쓰던 순수한 우리 이름으로 생각이 됩니다. 구렁내 라는 말이 지금은 우리가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과거에 우리 조상들에 의해 이렇게 불리웠단 말은 우리 조상들이 많이 접한 친구라는 말이겠지요. 지금도 시골에 가면 주로 폐가주변에 많이 피어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은 냄새 때문에 자주 뽑아 버려서 그리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계요등은 줄기나 잎과는 달리 꽃에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줄기나 잎에서는 독한 냄새를 내어 벌레의 접근을 막고, 꽃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벌이나 나비를 불러 종족(種族)을 보존하려는 계요등의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계요등의 꽃말은 지혜로움입니다. 이런 이유로 지혜로움이라는 꽃말이 생긴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계요등은 덩굴식물 중에서도 덩굴의 길이가 긴편에 속합니다. 하여 긴 덩굴에 이 아름다운 꽃이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아름다움 모습을 선물합니다. 또한 10월정 도에 익는 황갈색의 열매가 긴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도 또 다른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고 있습니다.


계요등 꽃은 작은 나팔꽃과 비슷하게 보이나 자세히 보면 우리 조상들이 쓰던 등의 모양을 많이 닮았습니다. 꽃의 중앙부분이 약간 붉은 색깔인 것은 곤충들의 눈에 쉽게 띄어 유혹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꽃을 자세히 보면 꽃의 통의 입구가 아주 작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꽃가루받이를 잘하기 위해선 꽃통 속에 곤충들이 들어 갈 수 있어야 하는데 곤충이 크기에 비해서 통이 너무 작으므로 큰 곤충들은 초대를 하지 않고 작은 곤충들이 꽃통속 깊숙이 드나들게 하여 꽃가루받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계요등만이 갖고 있는 전략의 하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번식을 위해 필요한 친구들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지혜로운 식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에 다다르면 참 식물의 세계도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전략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어 경이로움이 느껴집니다.

계요등은 갖가지 독을 풀고 염증을 삭이며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고 소화를 잘 되게 하며 부은 것을 내리고 습기를 없애는 효능이 있어서 사람을 살리는 귀한 약재로 인정되고 있으며 한방에서는 열매와 뿌리를 말려서 관절염이나 각종 염증 치료약으로 쓰기도 합니다. 또한 식물체 전체를 짓이겨서 그 즙으로 동상을 입은 상처나 벌레 물린 데에 바르는 민간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특히 여름철 모기나 벌 같은 독충에게 물렸을때도 가려움에 피부를 벅벅 긁지마시고 계요등 잎을 즙을 내어 발라 보시길 바랍니다. 효과가 좋아서 금방 좋아 진다고 합니다.

청민 임동후 청민 임동후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