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각] 지인들과 산행을 하거나 야지를 산책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이 꽃은 무엇입니까?’입니다. 특히 현직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고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기 위한 절박한 마음에 처음 야생화를 공부 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은 무엇이든지 다 알고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있는 듯합니다. 학생들과 야지에 나갈 때면 일부러 뒤로 처져서 걷게 되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많은 지인이 이런 질문을 하게 되고 일정 부분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또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이나무는 먼나무입니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난해합니다. ‘이나무가 이나무고 저 나무가 먼나무입니다’ 지인들이 무슨 소리 하냐고 핀잔을 줍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는 게 아주 정상적입니다. 오늘은 이름으로 인해 혼동과 즐거움을 주는 이나무와 먼나무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먼나무는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나무는 한정된 장소에서 몇 그루씩 볼 수 있을 정도로 발견 빈도수가 높지 않습니다.
이나무란 특이한 이름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요? 오동나무의 잎처럼 넓은 잎을 가진 이나무는 옛사람들은 잎이 넓은 오동나무를 연상케 한다고 하여 ‘의동(椅桐)’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 이름이 ‘의나무(椅木)’였다가 차츰 발음이 쉬운 ‘이나무’로 변한 것이라는 말이 학설이 있습니다. 또한, 하트형 잎의 긴 잎자루에 '이'처럼 보이는 밀샘 돌기를 가지고 있어서 '이나무'라 불렀다는 설이 있고요. 마지막으로 수피(나무껍질)에 발달하는 피목(껍질눈)들이 '이'처럼 보여서 '이나무'라 불렀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나무는 모든 학설이 생김새를 고려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나무 열매는 잎과 어우러져 아래를 향해 쭉 늘어진 모양도 너무나 아름답지만, 잎이 다 떨어진 다음에도 이듬해 봄까지 열매만 남아 버티는데 그 모습 또한 잎과 함께 있을 때 와는 또 다른 아름다운 광경을 우리에게 선물 합니다. 붉은 보석같이 아름다운 이나무 열매는 겨울철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몇 안 되는 친구 중의 하나입니다.
역시 특이한 이름인 먼나무는 상록수로 따뜻한 제주도, 보길도 등에서 아주 잘 자라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에 겨울 즈음 여행을 하면 먼나무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곳곳을 먼나무의 빨간 열매가 덮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 기온 상승에 따라 점진적으로 생육 가능 지역이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어서 우리 지역에서도 먼나무는 곳곳에서 아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먼나무는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고 관리가 쉽고 겨울철 열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대표적인 나무로 가로수, 공원수, 정원수로 심고 많이 심고 있습니다.
먼나무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겨우내 빨간 열매를 가득 매달고 있는 먼나무의 진정한 매력은 멀리 떨어져서 보는 것이다. 가까이 보아야 아름답다는 것은 꽃에 대한 정해진 명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때론 멀리 보아야 아름답게 보이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먼나무도 마찬가지인 친구입니다. 먼나무를 멀리서 봐야만 그 멋이 드러난다고 하여 멀리서 보는 나무라 하여 먼나무라 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학설은 멋스러운 나무라는 ‘멋나무’라고 불리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발음하기 쉬운 ‘먼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나무의 길게 늘어뜨린 꽃은 우리에겐 아름다움을 주지만 꿀벌들에게는 좋은 친구입니다. 달려드는 꿀벌들의 좋은 놀이터입니다. 매년 이나무의 꽃을 사진으로 잡아 보려고 했으나 이상하리만큼 아직 이나무의 꽃을 직접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내년에는 자주 가서라도 꼭 이 친구의 꽃과 만나는 기회를 가져 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이나무나 먼나무 이 친구들은 꽃보다는 열매가 관상 가치가 높아 꽃보다는 열매에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 두 친구의 매력은 꽃보다는 열매로 느껴집니다. 이나무나 먼나무의 열매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겨울새들에게는 너무 고마운 존재로서 또 다른 자리매김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은 며칠 전 제가 자주 가는 야산에서 찍은 이나무 열매입니다. 저의 산책로와 동네가 만나는 야지에 이나무가 몇 그루 있습니다. 워낙 높은 곳에 열매가 달려있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그곳에 이나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선 제가 간혹 가게 되는 공원에 몇 그루 그리고 이곳에 몇 그루가 있습니다. 확실히 쉽게 발견하기 힘든 친구입니다.
열매를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분명 이나무 열매는 붉은색으로 익어야 하는데 검은색으로 익어가고 있습니다. 요즈음 들어 이런 현상이 자주 발견되는데 과학적으로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아마 토양의 변화 그리고 기후환경의 변화 등 생육환경의 변화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환경의 변화가 자유롭게 생장해야 할 여러 식물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좀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