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각] 가을이 익어가는 요즘 야산이나 사찰 등에서 가장 아름답게 자태를 뽐내는 열매가 아마 이 친구 노박덩굴의 열매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멀리서 대략 보는 것보다 자세히 볼수록 오묘한 매력을 뽐내는 열매로 느껴집니다. 최근 10여 일 동안 경상도 지역을 여행하면서 이 친구를 아주 많이 만났습니다. 여행에 지친 사람들에게 눈이 번쩍 띄게 하고 아름다움으로 또 다른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귀한 친구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친구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친구입니다.
‘노박’은 사전적으로 ‘줄곧’, ‘늘’의 의미가 있습니다. 노박덩굴의 이름은 어디에서나 흔하게 있는 덩굴나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됩니다. 한자명은 나무가 뱀처럼 생긴 등나무와 같다는 뜻에서 남사등(南蛇藤)이라고 씁니다. 또 다른 학설은 노박덩굴이 덩굴성으로 줄기가 길 위에까지 뻗쳐 나와 길을 가로막는 덩굴이라는 뜻에서 노박덩굴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즉 길을 가로막는 노박폐덩굴이라고 부르던 것이 줄여서 노박덩굴이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박덩굴 이 친구는 야산이나 사찰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움을 선물하지만 새들에게는 먹이가 부족한 이 시기 좋은 먹이가 됩니다. 또한, 노박덩굴은 혼자의 힘으로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무를 타고 기어올라 햇빛을 차지하려 듭니다. 하지만 요즘 산림청에서 제거에 신경을 쓸 정도로 심각한 나무를 완전히 덮어 버리는 칡넝쿨과는 달리 올라가는 길을 빌려준 나무에 큰 피해는 주지 않는 덩굴식물입니다. 참 착하기도 한 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박덩굴의 열매를 자세히 보면 사진처럼 너무 예쁩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노박덩굴의 열매란 표현이 전혀 과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을 겨울의 열매중 아름다움이 가장 으뜸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식물 중에는 꽃이 열매보다 예쁜 친구 그리고 열매가 꽃보다 더 예쁜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 노박덩굴이야말로 꽃보다 열매가 예쁜 친구의 가장 대표적인 친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 사진은 열매가 터지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지금 이 모습으로 앞으로 펼쳐질 아름다움을 예측하기 힘들게 느껴집니다. 열매가 공 모양으로 샛노랗게 익으면 열매껍질이 3갈래로 갈라지고 그 속에 3각 선이 보이는 진홍색 씨앗이 보입니다. 열매가 터지는 순간부터는 전혀 차원이 다른 극심한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물합니다. 벌써 산지의 고지대는 단풍이 사라지고 삭막한 낙엽만 뒹구는데 그런 산길에서 이 친구의 아름다운 열매와 마주친다는 건 커다란 행운으로 느껴질 겁니다.
노박덩굴의 아름다운 열매는 껍질이 위의 사진처럼 오므라져 있는 형태보다 이곳 사진처럼 껍질이 활짝 펼쳐있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진홍색의 열매가 너무 아름다워 보호하고자 하는 멸망이 강해서 인걸로 나름대로 추측해 봅니다. 이 아름다운 열매는 보호받아 충분하다는 생긱입니다.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친구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노박덩굴 열매는 겨울까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새들이 열매를 다 해치워서 겨울에는 보기가 힘듭니다. 새들에게는 겨울까지 아름다움을 뽐내는 남천이나 피라칸타보다 훨씬 맛있는 친구인 것 같습니다.
6월경에 피는 노박덩굴의 꽃은 화려한 열매보다는 아름다움이 덜 합니다. 꽃 자체로도 아름다움이 충분하게 보이지만 열매가 워낙 아름다워 꽃의 아름다움이 평가절하 되는 듯합니다. 열매가 더 아름다운 식물의 대표 격이니 꽃은 좀 억울하더라도 아름다움의 우월성은 열매에게 양보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노박덩굴은 약으로 사용하는데 열매를 잘 말려 볶은 다음 가루를 내어 물과 함께 복용하면 생리통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 열매는 관절염이나 사지 마비는 물론 콜레라·이질·장티푸스와 같은 전염병, 치통에도 효과가 있지만 약간의 독성 성분이 있어 과다한 복용은 금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린잎은 나물로 무쳐 먹습니다. 성장한 잎은 여러 가지 해독 성분이 있어 독사에게 물린 상처를 해독할 때 효과가 있습니다. 뿌리는 복통이나 타박상에 효과가 있어 잘 말린 뒤 달여 복용합니다. 껍질에는 비교적 질긴 섬유가 들어 있어 분리하여 실을 꼬아 쓰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노박덩굴의 꽃말은 '명랑','진실'이라고 합니다. 열매를 보면 사람들의 기분이 밝아지고 명랑해지는 것을 비유했다는 생각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노박덩굴은 열매가 너무 아름답고 열매의 싱싱함이 오래되어서 꽃꽂이의 재료로도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늘 하는 얘기지만 살아있는 친구를 꽃꽂이의 재료로 쓰는 것은 적극적으로 삼가야 하는 행동입니다. 그곳에 두고 그곳에 있는 형태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자연에 대한 꼭 지켜주어야 할 기본적인 예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