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각] 최근 경기도 모처에 있는 방탄소년단의 화보지로 유명한 아름다운 숲을 탐방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은 깊은 산속 아직 추운 곳이라 산속에 얼음이 얼어있었으며 봄꽃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선나무도 이제 막 꽃이 피지 않은 상태로 꽃봉오리를 맺고 있었고 다른 산속은 지금 지천으로 피어있는 생강나무조차도 이제 막 꽃봉오리가 터지는 상태이었습니다. 다른 곳은 이미 진달래 산수유 벚꽃까지 완연한 자태를 뽐내는 데 반해 그곳은 아직 겨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바로 이 친구 흰털괭이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송이가 아니라 군락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미루어 짐작건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시기 무던히도 산에 다녔었는데 이 친구를 한번도 보지 못했었는데 다른 곳은 이미 이 친구의 개화 시기가 벌써 지난 듯합니다. 제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지요. 아마 산을 비롯한 야지에서 발견하기 힘든 친구인 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친구는 복수초와 함께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피는 아주 일찍 피어서 그 꽃이 오래가는 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도 저는 사실을 고백하자면 이 친구를 야지에서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그것도 군락으로 만나 기쁨이 아주 컸습니다. 꽃을 보기 위해 산으로 들로 무던히도 다녔지만, 이 친구를 이제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을까요? 위에서 언급한 데로 이 친구의 발견빈도수가 아주 낮은 탓도 있을 수 있고 이 친구 와 인연이 없는 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늘 함께 다니는 동행 친구가 길거리나 산에 가다가 이 꽃이 무엇이 물었을 때 쉽사리 대답을 못 하고 조금의 시간이 지난 다음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꽃 친구들은 종류도 많거니와 요즘은 변형된 형태까지 발견되고 또 지역에 따라 그 지역에서만 자라는 친구들도 많은지라 꽃 친구들의 이름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고 느낍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기억력의 감퇴 또한 주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지난 시절 내가 찍었던 꽃 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의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지난 시절 저에게 기쁨을 주었던 친구들에 대한 기본 예의라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이런 일을 반복합니다.

흰털괭이눈의 꽃

흰털괭이눈의 씨앗

흰털괭이눈은 보통 마지막 겨울 추위가 물러가고 봄기운이 무르익을 무렵인 3월이나 4월이면 절정을 이루지만 꽃은 아직 눈이 녹지 않은 1월이 끝나갈 무렵이면 피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저도 산에 다닐 만큼 다녔는데 이렇게 아름답고 눈에 잘 띄는 이 친구를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는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오래전에 발견빈도수가 낮았던 복수초가 지금은 공원 같은데 많이 심어서 너무 흔한 꽃이 돼버린 것처럼 이 친구도 앞으로 우리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자주 봐주어야 우리 마음도 예쁜 마음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괭이눈은 꽃이 지고 열매가 익어갈 때는 씨앗을 감싸던 씨방이 벌어지는데 그 모습이 고양이 눈을 너무나 닮았다고 합니다. 저는 직접 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위의 오른쪽 사진으로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하여튼 이런 이유로 괭이눈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흰털괭이눈은 흰털이 많은 고양이의 눈이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흰털괭이눈을 흰괭이눈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줄기에 하얀 털이 굉장히 많이 나 있는 것을 보면 흰털괭이눈이라 부르는 것이 더 맞을 듯합니다.

잎과 줄기에 있는 털의 모습

흰털괭이눈의 암술 수술 모습

위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흰털괭이눈은 꽃이 필 때는 꽃잎처럼 보이는 노란 꽃받침 4개가 올라와 수술 8개와 암술 2개를 보호합니다. 흰털괭이눈은 포함해서 괭이눈 속 식물들은 특이한 생태를 가졌습니다. 우선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꽃을 피울 때면 꽃 주변의 잎을 노랗게 하여 꽃처럼 보이게 합니다. 그리고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다시 노란색을 녹색으로 변하게 합니다.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보충하려는 의도입니다.

또 흰털괭이눈은 씨앗이 그릇 같은 네모난 꽃받침 속에 들어있어 익으면 퍼뜨리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전략을 짜냈는데 빗방울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시기에 열매를 떨어지는 빗방울의 힘으로 생긴 탄력으로 씨앗을 멀리 퍼뜨리려 한다고 합니다. 자연을 이용한 기발한 전략이 놀랍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자연 속에서 식물들이 보여주는 생존전략이나 번식전략들은 놀라움을 넘어 존경감이 들 정도입니다.

흰털괭이눈의 꽃말은 골짜기 황금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번에 발견한 모습은 딱 골짜기 황금이었습니다. 인적 드문 그리고 아직은 추운듯한 곳에서 노란색 황금 같은 존재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 친구의 꽃말이 상황과 너무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주변이 황량한 상태에서 이 친구의 노란 꽃은 그 주변을 밝히는 황금 바로 골짜기의 황금 그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 산 천체를 통해 유일하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골짜기의 황금이었습니다.

괭이눈 종류는 예전부터 어린순은 나물로 식용했으며 말려서 차로 마시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땅 위의 부분을 생약명으로 금전고엽초라 하여 약재로도 이용해왔다고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특별히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키가 작고 줄기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리면서 자라는 습성이 있는데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지표를 낮게 덮는 식물인 지피식물로 수목원이나 정원 등에서 이용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는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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