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각] 얼마 전 경기도 오산에 있는 규모가 큰 어느 수목원에서 엄청난 규모의 설강화군락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자주는 아니지만, 이 친구를 본 적은 있으나 이렇게 대규모의 군락은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 장소에서 이렇게 많은 설강화군락을 만나다니 큰 행운으로 생각하고 마음껏 이 친구를 느끼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자주 보기 힘든 꽃들의 군락을 만난다는 건 행운입니다. 그리고 더 깊은 연구를 통해서 그 친구와 더욱더 친밀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오래전부터 저는 우리의 토종 야생화를 주로 소개해 왔었는데 이 친구처럼 유럽이 원산지이지만 우리나라 곳곳에 널리 퍼져 있어 마치 토종처럼 인식하는 친구들을 소개해 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이 친구를 소개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곳에서도 사진을 찍고 있는 저에게 꽃 이름을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 사람들이 참 관심을 많이 가지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로 향하고 있는 설강화 모습

설강화 꽃의 안쪽 모습

유럽 원산인 설강화의 본명은 그리스어로 우유를 의미하는 '갈라(gála)'와 꽃을 의미하는 '안토스(ánthos)'를 합친 갈란투스(Galanthus)입니다. 우유처럼 하얀 예쁜 친구라는 인식이 지역과 인종을 뛰어넘는 공통된 견해인 듯 느껴집니다. 또한, 설강화는 꽃이 피는 모양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닮았다 하여 스노우드롭(Snowdrop)이라고도 불립니다. Snowdrop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눈을 뚫고 피는 꽃이라 하여 설강화로 명명되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분단의 엄혹한 현실 속에서 원치 않는 운명에 휩쓸렸으나 끝내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준 두 청춘의 뜨거운 사랑 그들의 사랑이 이 땅을 가로막은 장벽을 녹이고 꽁꽁 언 서로의 마음을 녹여 희망과 위안의 꽃을 피우기 바란다는 기획 의도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바로 설강화란 이름으로 방영된 적이 있었습니다. 기획의도와 달리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려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된 적이 있습니다.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 설강화와 사랑의 힘이 지닌 질긴 생명력은 이 드라마를 끌고 가는 강한 원동력이었는데도 역사 왜곡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역사가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임을 고려할 때 역사를 마음대로 재단한다는 건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깊게 생각해 봐야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여튼 이 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람이 설강화에 대해 알게 됐고 또 제가 이 친구를 소개하는 계기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눈속에서 피어나는 설강화

쉽게 보기힘든 고개 처든 설강화

1년 날짜별 탄생화에 따르면 이 친구 설강화(Snowdrop)는 1월 1일의 탄생화라고 합니다. 일 년의 시작을 알리는 꽃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여겨집니다. 이 친구는 새로운 해의 시작을 우리에게 알립니다. 이 친구는 말합니다. 당신은 찬바람이 불어도 눈이 내려도 절대 굴하지 않은 저처럼 인내심이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희망은 반드시 성취됩니다. 그렇습니다. 새해 첫날 우리에게 가장 큰 화두는 희망일 것입니다. 이 친구의 꽃말이 희망 인것도 그런 심오한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

퍼온 위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설강화는 눈 속에서 눈을 뚫고 나와 꽃을 피웁니다.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강한 생명력은 희망의 또 다른 표현일 것입니다. 꽃이 피어있는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Snowdrop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지만 실제 생장 환경을 보면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강인함도 이 친구의 특징이 될 것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그 날 만난 수많은 설강화 중 가장 고개를 높이 쳐든 친구입니다. 거의 대부분 꽃이 아래를 향하고 있어서 이런 모습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친구는 많은 국가에서 야생에서 채집하여서는 안 되는 식물로 규정하고 있고 국가 간 거래도 막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확실히 과거보다 우리 주변에서 발견하는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으며 꽃시장에 가보면 만날 수 있는 경우도 있어 우리 주변의 일부 수목원 같은 데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 친구는 생장의 구조적 어려움은 있지만 기르기는 아주 쉬운 데다 워낙 꽃 모양이 예뻐 많이 기르기 시작하는 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 사람들은 이 꽃으로 눈을 씻으면 눈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에서는 설날 전에 이 꽃을 보면 새해에는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잉글랜드에서는 하얀 꽃이 마치 상주의 옷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꺼렸으며, 이 꽃을 방에 가지고 들어오면 죽음 등 불행이 찾아오는 것으로 알았다고 합니다. 똑같은 꽃에 대한 해석이 다른 건 보면 자연에 대한 해석조차도 인간들이 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운 꽃 되도록 좋은 방향으로 해석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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