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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파란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하얀 꽃을 가지마다 소복소복 뒤집어쓰는 보기 드문 나무 입니다. 가느다랗게 넷으로 갈라지는 꽃잎 하나 하나는 마치 뜸이 잘든 밥알같이 생겼고 이들이 모여서 이루는 꽃 모양은 멀리서 보면 쌀밥을 수북이 담아 놓은 흰 사기 밥그릇을 연상케 합니다.
이 친구의 꽃이 필 무렵은 아직 보리는 피지 않고 지난해의 양식은 거의 떨어져 버린 ‘보릿고개’ 시기 입니다. 주린 배를 잡고 농사일하면서도 풍요로운 가을을 손꼽아 기다릴 때 이팝나무 꽃은 헛것으로라도 쌀밥으로 보일 정도로 너무 닮았습니다. 그냥 그렇게 이해 하기엔 어려운 시기 우리 조상들의 고난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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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에는 흰 쌀밥이 특권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양반인 이(李) 씨들만 먹는 밥이라 하여 '이밥'이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조선 시대의 신분제도는 양인과 천인으로 나누는 양천제였으나 실제로는 반상제라 하여 양반, 중인, 상민, 천민으로 구별하였습니다. 이중 농민은 사실상 상민이 되어 천민과 함께 피지배계층에 속했습니다. 그러니 양반을 제외하면 모두가 풍족지 못한 생활을 하는 서민층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 눈에 비친 이팝나무는 양반들만 먹는 쌀밥 같은 꽃을 피우는 나무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팝나무가 양반들의 나무인 것은 아닙니다. ‘이밥’에서 온 이름이니 양반들이 이름 지었을 리 없는 이름이므로 이팝나무는 서민들의 나무가 분명합니다. 절기상 입하(立夏) 즈음에 핀다는 뜻의 입하목(立夏木)이 변해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정황상 먹기 힘든 어려움에 부닥쳐있던 우리의 서민들의 쌀밥 비유가 더 적절해 보입니다.
멀리서 이팝나무를 바라다보면 꽃이 고봉으로 수북이 담아 놓은 쌀밥처럼 보인다는 것이 적합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이팝나무를 가까이서 보면 꽃잎이 바람개비처럼 4갈래로 갈라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꽃잎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 꽃잎이라는 용어 대신 ‘화관(花冠)’ 또는 ‘꽃부리’라는 개념의 용어를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이팝나무의 꽃을 표현할 때는 ‘화관이 4갈래로 갈라졌다’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이팝나무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꽃나무 중 가장 크고 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이 친구는 세계적인 희귀종입니다. 그중에서도 경남 김해시 신천리, 경남 주촌면 천곡리, 전북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전북 고창군 대산면 중산리의 이팝나무는 유명하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대부분 정자목이나 신목(神木)의 구실을 하였으며, 꽃이 피는 상태를 보고 한 해 농사를 점쳤다고도 합니다.
습기가 많은 것을 좋아하는 이팝나무는 ‘꽃이 많이 피고 오래가면 물이 풍부하다’라는 뜻이니 이와 같으면 풍년이 들고 반대의 경우는 흉년이 든다고 한다. 이런 나무를 우리는 기상목, 혹은 천기목(天氣木)이라 하여 다가올 기후를 예보하는 지표 나무로 삼았다. 이 친구의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이 온다는데 이 꽃을 영원히 사랑하여 이 꽃이 많이 피도록 해야겠죠? 맞습니다. 이 친구의 꽃말이 영원한 사랑입니다. 비유가 적절 한가요?
여기에서 아래 사진에 나와 있는 조팝나무가 갑자기 소환됩니다. 이해하기가 힘들지만 많은 사람이 이 두 친구를 헛갈려 하는 것 같습니다. 단지 곡식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너무나 형태가 다른데도 말입니다. 조팝나무는 꽃의 모양이 좁쌀을 튀겨 놓은듯하다고 해 조밥이라고 부르다가 강하게 발음되어 조팝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너무나 모습이 달라서 여러분들은 헛갈려 하시지 않으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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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는 복스러운 흰 꽃이 5~6월에 피어 나무 전체를 눈같이 덮으며 은은한 향기가 있고, 열매는 9~10월에 보라색으로 익습니다. 이팝나무의 꽃은 은은한 향기가 난다고 하는 데 요즘 저의 냄새를 인식하는 능력이 많이 감퇴해서인지 향기가 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알쏭달쏭한 상태로 느껴집니다. 이팝나무의 열매를 의외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분명 봄철에 온 거리를 덮다시피 한 이팝나무를 보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열매가 뭐냐고 물어보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팝나무는 공해와 병충해에 강한 편이라 가로수로도 많이 심어지다 보니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팝나무에 성별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드문 것 같습니다. 이팝나무는 가을에 쥐똥나무 열매보다 커다란 타원형의 열매가 달립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열매가 하나도 달리지 않는 나무도 있습니다. 열매가 달리지 않는 건 당연히 수그루입니다. 이팝나무 열매는 아로니아 같은 푸른색이며 민간에서는 볕에 말려 약용으로 사용해왔답니다.
짙은 푸른색의 열매는 너무나 아름다워 그냥 날것의 상태로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겠지만 참으십시오. 말려서 약용으로 섭취할 수 있습니다. 이팝나무의 열매나 씨앗 속에는 폴리페놀 화합물이 많이 들어있어서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팝나무의 폴리페놀은 활성산소를 조절하여 특히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이팝나무는 강장효과가 있으며, 위를 튼튼하게 하고 뇌 기능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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