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각]
사행천, 뱀처럼 구부러진 강을 부르는 단어다. 추억 속의 강은 사행천이었다. 평야를 흐르다보니 속도는 느려지고 곳곳에 백사장을 만든다. 더불어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내륙의 강까지 밀고 들어온다. 밀물 속에 소금기인 염분도 포함하게 된다. 제법 큰 백사장에는 여름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이다. 모래찜질을 위한 구름인파다. 여름의 초입의 추억이다.

어린 아이들은 까치발로 뛰어다닌다. 맨발에는 모래가 뜨겁기 때문이다. 달궈진 모래를 파고 몸을 묻는다. 얼굴을 가리는 양산이나 수건 정도가 겨우 햇빛을 가리는 도구였었다. 그늘하나 없는 뜨거운 백사장이다. 모래찜질 인파들이 진풍경이다. 마치 집단으로 모여 있는 바다사자나 펭귄들의 서식지를 보는 듯했다. 어린 필자의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니 이리 더운데, 뜨거운 모래에 몸을 달구다니! 그리고 어른들의 후렴구가 더욱 놀라웠다. 어! 시원하다!

그렇다. 관절염이나 통증뿐 만이 아니다. 고질병이 좋아지고 만병에 모래찜질이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시기에 전국에서 몰려들던 만경강 백사장의 전설이다. 지금은 하구에 방조제가 생기면서 더 이상 밀물의 풍경도 사라졌다. 그 유명한 백사장도 잡초와 철새들의 놀이터로 변했다.

여름이다. 계절은 인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몸에도 해충이 많아지고 잡초가 자란다. 높은 온도와 습도는 신체의 각종 장기에 부담이다. 저항력이 저하된다. 해로운 균들이 발육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각종 세균도 증식하기 쉽다. 습진이나 무좀 등의 피부질환이 재발된다. 가장 큰 복병은 장염과 설사 및 식중독으로 대변되는 소화기 질환의 질병이다. 아울러 과도한 땀은 체내의 전해질의 평형은 물론 탈수를 야기한다. 전신의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 여름에 몸이 무겁고 권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이유이다.

한편 체력이 저하된 상황에서는 여름철 감기도 최근 기승이다. 특징은 일반 감기의 증상에 소화기 질환을 동반하다는 사실이다. 기침과 몸살기운이 돌면서 배도 아프고 설사 등이 함께 나타난다. 이런 감기는 일반 감기약으로 잘 낫지 않는다. 한편 바로 치료하지 않고 오래가서 마치 마른기침이나 천식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냉방기구가 넘쳐난다. 요즘은 손 선풍기까지 유행한다. 자연의 더위를 인간의 과학으로 극복했다고 우쭐대는 현대인들이다. 조상들은 아무리 더워도 부채 이상의 냉방기는 사양했었다. 바람은 적당해야 한다. 바람이 인체에 부담이 될 때 모든 질병의 근원이 된다. ‘여름에 선풍기 틀고 자면 입 돌아간다!’ 어릴 때 어른들의 경고였었다. 구안와사가 여름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모든 질병의 시작은 바람이다. 한의학의 바이블인 <황제내경>의 경고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열기는 열기로 다스린다. 더위를 이기는 방법을 소개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더 나아가 음식분야에서 인용하기도 한다.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여 더위를 이기자는 것이다. 무턱대고 열기가 있는 고단백의 음식만을 취한 것이 아니다. 너무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어 해가 되는 것을 경계하였던 경구이기도 하다. 한편 조상들의 모래찜질도 이열치열이다. 달구어진 염분 섞인 모래를 이용하여 전신의 순환을 올리고 인체의 건강을 챙기려는 지혜였다. 한의학에서는 뜸이나 찜질요법 등이 대표적이다.

여름이다. 한 해의 건강주기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자연에 순응하자! 더운 여름, 조금은 덥게 보내자. 열기 넘치던 백사장의 모래찜질을 연상하면서 이정도의 더위는 즐기자. 아 그런데 이참에 바닷물이 썰물로 들어오는 강가의 백사장 어디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