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각]
필자는 오래 전 끝없는 권력욕을 경계하는 글을 쓴 바 있다. ‘다모클레스의 검(劍)’ 이야기를 예로 들어서다. 다모클레스는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 왕(王) 디오니시우스의 신하 였다. 디오니시우스의 측근이었지만 왕이 휘두르는 권력과 부(富)를 항상 부러워 했다.

다모클레스가 자신의 권력을 부러워하는 걸 눈치챈 왕은 그에게 자신의 왕좌(王座)에 앉아 천정을 바라 보라고 했다. 다모클레스가 올려다 본 천정에는 한 올의 말총에 날선 검이 매달려 있었다. 서늘하고 오싹함을 느낀 다모클레스에게 왕은 이렇게 말한 걸로 전해진다.

“권좌(權座)란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언제 머리 위로 떨어질지 모르는 날선 검 밑에서 항상 긴장해야 하는 자리다”고.

‘다모클레스의 검’ 이야기는 일찍이 키케로가 인용하면서 세간에 회자됐다. 존 F.케네디가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간 ‘핵(核) 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의미로 언급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상대가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그를 도와주려는 동정심이 발동하지만 상대가 잘 나가면 배가 아파 시기심과 질투가 유발된다’는 말이 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의 권력은 여러 유형으로 분류해볼만 하다. 옛 시절, 말탄 귀인의 말고삐를 잡은 종놈이나 고을 아전 바치들의 완장은 하급 권력에 불과했다. 모두가 그런 것 아니겠지만 과거 급제를 통해 벼슬길에 올라 거머쥔 고관대작의 권력을 거리낌없이 휘두른 이들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현대 들어서도 뒤틀린 권력의 유형은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작은 지역의 단체들을 동원한 소소한 권력부터 한 나라를 휘어잡는 권력까지. 이를테면 ‘기레기’를 넘어 기더기(기레기+구더기)라는 최악의 멸칭(蔑稱)을 자초한 언론권력은 물론 검찰과 법원으로 통칭되는 사법권력,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력 등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 권력이다.

신구(新舊) 정권 교체의 후유증이 여전한 가운데 공정과 정의, 상식이라는 단어는 그 본래의 뜻을 상실당한 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식의 제 멋대로 잣대 위에 올려져 있다.

진영 논리에 매몰되거나 혹은 특정 패거리에 휩싸인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그에 끼어들지 못하는 주변인이나 경계인을 대상으로 한 권력 놀음은 얼굴만 바꾼 ‘삿된 권력’에 다름 아니다.

다시 옛 고사 한토막. 중국의 후한(後漢) 왕조를 열었던 광무제(光武帝)가 통일 전쟁에서 했던 말을 떠 올린다. 부패와 일탈로 붕괴된 전한(前漢) 말기의 권력 공백기에 세력을 떨치던 뭇 군웅들의 변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농서의 외효를 굴복시키고 촉(蜀) 땅의 공손술 정벌에 나섰다. 그리고 “이미 농서를 평정했는데 다시 촉을 바라는구나. 매양 군사를 출동시킬 때마다 그로 인해 머리가 희어진다”며 수많은 목숨을 담보로 한 군대 동원의 심정을 괴롭게 토로했다. 이른바 ‘득롱망촉(得籠望蜀)’의 고사는 사람의 탐심(耽心)에서 연유하는 끝없는 권력욕을 경계하는 잠언이기도 하다.

권력이란 마약과도 같다. 한번 움켜쥐면 그 세(勢)를 키워 휘두를 수 있는 범위를 더욱 넓혀가고자 하는 욕망과 비례한다. 그렇게 해서 얻은 권력도 결코 무한(無限)할 수 없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 또한 오래된 격언일 터. 바르지 못한 권력 행사는 다모클레스의 머리 위에 매달려 있던 날선 검의 끝이 향하는 지점이요, 백척간두의 벼랑 위를 오가는 놀음이다.

시민의 통제를 받지않는 가면 쓴 권력에 맞서 촛불 든 사람들의 행렬이 끝없이 줄을 이은 바 있다. 결국 무너져 내린 그 권력 담당자들의 행로는 초라하고 볼품없는, 그래서 역사의 기록에 차마 올리기도 남세스러워 졌다.

증오와 분열, 혐오와 무시를 자양분 삼아 세를 불리는 권력의 언어가 판을 치는 세상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정당한 분노와 막연한 증오 또한 그 정의하는 바의 경계가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사회와 정치가 풀어내야 할 문제와 관련해 분노와 증오가 배설 수단이어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분노와 증오가 동물적 분발을 끌어낼 수는 있어도 이성적 합일에 이르게 하는 동력일 수는 없다.

꽃피던 봄날도 한참을 지나 성하(盛夏)의 계절로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날씨가 추워지고 나서야 소나무(松)와 측백나무(栢)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된다’는 논어 <자한(子罕)>편의 문구를 새삼스럽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