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각] 얼마 전 전주에 있는 유명 수목원에서 만난 병솔나무입니다. 유리병 속을 닦는 병솔과 너무 닮아서 이 친구를 꺾어 유리병을 깨끗이 닦아내고 싶은 욕구가 생갈 듯합니다. 오래전 처음 이 친구를 접했을 때 신기하고 오묘한 아름다움에 한창 이 친구와 함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이 친구의 꽃을 꺾어 병 안을 닦아도 될 정도의 모양에 감탄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에게 그런 불경스러운 생각을 하는 것은 대단한 실례된 생각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꽃이 될 수 있나 봅니다. 투명 유리병의 속을 닦아내는 솔도 아름다운 꽃이 되나 봅니다. 비슷한 그 모습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병솔나무 꽃은 모양이 병을 닦는 솔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고 합니다. 그만큼 정교하게 닮앗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한없는 호기심을 주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병을 닦는 솔과 꼭 닮은 이 친구 병솔나무의 모습을 보노라면 세상에는 예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투박해 보이는 병솔도 꽃으로 재탄생하니 참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호주가 원산인 이 꽃은 영어로도 병솔(Bottle Brush)이다. 사물을 대하는 인류의 감각, 영감은 북반구나 남반구, 동양이나 서양이나,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나 봅니다. 꽃을 대하는 인간들의 아름다운 마음은 모두 다 같은 모양입니다. 꽃을 보고 느끼는 아름다움과 환희를 우리 인간들의 삶의 자양분이 되었으면 합니다.

병솔나무꽃

이렇게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생긴 병솔나무꽃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유명 수목원 같은 데서만 볼 수 있었던 흔하지 않던 친구였는데 요즈음은 그렇게 흔한 편은 아니지만, 일반 가정집 화단에서도 볼 수 있게 되는 등 확실히 이 친구의 저변이 확대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리 흔하지 않은 친구이지만 확실히 과거보다 발견빈도 수는 높아졌음을 느낍니다. 그렇다 해도 길거리를 가다 이 친구를 만난 다는 건 아직도 대단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꽃의 색상은 밝은 적색을 띠며 매우 아름답습니다. 실제로 이 꽃은 꽃잎이 아닌 꽃술이 모여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며, 꽃잎은 연녹색으로 밑부분에 있고 작으며 꽃술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꽃잎으로는 벌 같은 곤충을 유혹할 수 없으므로 꽃술이 발달하여 꽃의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꽃의 대부분은 수술대로서 수술대는 길이 2~2.5㎝ 정도로 여러 개가 나오며 가운데 암술대가 1개 나옵니다. 꽃은 5월 하순에서 6월에 걸쳐 핍니다. 온실의 경우 연 2회 이상 개화한다고 합니다.

병솔나무꽃확대

병솔나무꽃은 그 아름다움에 비교해 꽃이 피어 있는 시기는 대단히 짧습니다. 그래서 화려한 이 병솔나무꽃을 볼 수 있는 건 대단한 행운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내건성이 강하고 비옥한 흙에서 잘 자랍니다. 꽃 모양이 독특하며 가지가 늘어지는 모양이 생소하고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편입니다. 간혹 원예용으로도 집 내부에서도 키워도 되는데 습기를 싫어하여 습하지 않고 햇볕이 있는 곳에 키워야 합니다. 또한, 가지치기가 중요한데 가지가 늘어지는 특성상 가지가 잘 뻗게 하기 위해 손이 많이 갑니다. 병솔나무 뿌리는 민감하여 이식하기에는 힘이 듭니다. 나이가 많은 나무는 이식하다가 나무가 죽는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병솔나무꽃 초기모습

위의 사진은 병솔나무 꽃이 피는 초기의 모습입니다. 이 모습을 보고 다 성숙한 병솔나무의 화려함이 예상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잎은 어긋나 돋고 긴 타원형이고 약간 광택이 납니다. 일조량이 많은 곳을 좋아하며, 붉은 꽃은 연녹색의 줄기와 보색대비를 이룹니다. 어린 가지는 붉은 갈색빛을 띠지만, 어른 꽃으로 자라면서 솔처럼 생긴 수술이 모여 진한 붉은 색의 꽃 방망이 모양을 이룹니다.

병솔나무꽃이 자라나는 모습

위의 사진은 병솔나무의 꽃이 위의 초기모습을 지나서 막 꽃술이 자라는 모습을 잘 잡아낸 사진입니다.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나는 모습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먹던 고무 과자의 모습과 많이 닮았습니다. 요즘 우리 사랑스러운 어린아이들은 저런 모습의 고무 과자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발달한 문명이 분명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과 합리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인간들의 추억을 빼앗아 가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병솔나무열매

하얀색의 병솔나무꽃도 있다고 하는데 보기가 힘들어서인지 몰라도 아직 저는 본적이 없습니다. 아마 병솔나무를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호주를 한 번 더 다녀와야 할까 봅니다. 병솔나무는 꽃이 진 후 여러 개의 열매가 줄기에 붙어 달리며 속에 작은 종자가 여러 개 있습니다. 마치 달려 있는 모양이 벌레의 집같이 보입니다. 열매가 달려 완전히 익기까지는 수년이 걸리고 완전히 익으면 열매가 벌어져 종자(種子)가 바람에 날려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꽃이 진 자리에는 동그란 모양의 콩알 크기 정도의 열매가 달립니다. 호주지역에서는 잎을 향신료로 사용하고 뿌리는 제초제의 원료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향신료와 제초제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친구의 꽃말은 병솔나무꽃의 화려함 만큼이나 결백, 겸손, 청결, 우정, 사랑의 편지, 사랑의 소식 등 많은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완전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병솔나무의 꽃말 중 '청결'과 '결백'은 병솔나무꽃의 모습이 병 속까지 빡빡 깨끗하게 닦아내는 병솔의 모습을 닮은 것과 관계가 있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청민 임동후 청민 임동후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