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민의 야생화 이야기> (59)자귀나무

<청민의 야생화 이야기> (59)자귀나무
  • 입력 : 2022. 07.01(금) 07:00
  • 청민 임동후
[국민생각] 자기나무라고요? 아!! 그렇군요. 꽃이 너무 아름다워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나 보네요. 몇 년 전 이 나무에 달린 꽃을 보고 가까운 지인과 나누었던 대화 내용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얼마든지 가능한 대화내용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정확한 이름은 자귀나무입니다. 우리가 야생화의 이름을 확실히 인식할 때는 검색을 통한 확인과정을 거친 다음 자기 기억에 남겨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다른 이름으로 기억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닭의장풀을 다그장풀로 기억했던 기억이 회상됩니다. 어찌나 창피하든지 그 과정을 통해 제가 야생화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꽃이 너무 예뻐 정원수로 자주 식재되고 있는 나무인 우리말 명칭 '자귀나무'의 어원은 불확실하다고 합니다. 나무 깎는 연장 '자귀'를 만드는 데 쓰인다고 하여 자귀나무라는 불리게 됐다는 학설과 자는 시간은 귀신같이 맞춘다고 자귀나무라는 설 등이 있는데 낮이 되면 잎이 열리고 밤이 되면 잎이 닫히기 때문에 '자는 시간은 귀신같이 맞춘다.'라는 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밤낮에 따라 잎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이 낮에는 일 때문에 떨어지고 밤에는 일 때문에 합치는 부부의 모습과 같다고 하여 합환목, 부부목, 사랑목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 꽃말도 ‘가슴이 두근거림’이라고 불리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갓 결혼한 부부를 위해 마당에 심기도 했다고 하는데 잎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부부의 모습에 비유하는 것이 너무 생각이 앞서간 게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그 상상력에 존경을 보낼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귀나무 꽃
독특하고 화려하게 보이는 이 친구의 꽃이 깊은 인상을 주는데 꽃잎 밖으로 뻗은 수십 개의 수술이 윗부분은 분홍색, 아랫부분은 흰색을 이루며 마치 공작새의 활짝 핀 꽁지깃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화 속의 요정들이 부채를 흔들며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화려함의 극치에 다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자귀나무는 향기로운 분홍색 총채를 들어 수수한 꽃내음을 선사합니다.

자귀나무 꽃망울
위의 사진은 자귀나무의 꽃망울 사진입니다. 이 꽃망울 사진으로 꽃으로 완전히 성장 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기 상당히 어려워 보입니다. 이 꽃망울이 터지면서 바로 아래의 사진처럼 꽃술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무질서하게 나오게 보이는 저 꽃술이 가지런하게 배치되는 것은 참으로 오묘하게 느껴집니다. 아래의 막 터지기 시작하는 꽃술과 완전하게 생장된 성체가 됐을 때의 꽃술의 모습은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자귀나무 꽃망울이 터지는 모습
도심의 공원이나 도로변에서 자주 보는 자귀나무는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라고 오해하기 쉬운 데 오랜 옛날부터 황해도 이남에서 자생하며 우리 선조들과 함께 지내온 나무입니다. 자귀나무의 마른 가지에서 움이 트기 시작하면 농부들은 혹시 찾아올 늦서리 걱정을 덜고 서둘러 곡식을 파종했다고 합니다. 싱그럽게 커가던 자귀나무에 첫 번째 꽃이 필 무렵이면 밭에 팥을 뿌렸고 꽃이 만발한 모습을 보며 팥 농사의 풍년을 예견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농사일의 1등 공신인 소가 자귀나무의 길쭉한 쌀알처럼 생긴 잎을 좋아해서 소쌀밥나무라고 불렀으니 여러모로 고마운 나무입니다. 농경사회의 우리 조상들은 자귀나무를 꽤 신뢰했나 봅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자귀나무를 뜰에 심으면 미움이 사라진다고 믿었고, 친구의 노여움을 자귀나무 잎을 따서 보내 풀었다고 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을 듬뿍 받은 나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밤에 보이는 자귀나무의 잎모습
미모사가 잎을 건드리면 움츠러들듯이 자귀나무는 밤이 되면 양쪽으로 마주 난 잎을 서로 포갭니다. 잎은 줄기에 하나씩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아까시나무처럼 작은 잎들이 모여 하나의 가지를 만들고 이들이 다시 줄기에 달린다. 이것이 복엽이다. 대부분의 복엽은 작은 잎들이 둘씩 마주나고 맨 끝에 잎이 하나 남는데, 자귀나무는 작은 잎이 짝수여서 밤이 되어 잎을 닫을 때 홀로 남는 잎이 없다. 그래서 부부 금실을 상징하나 봅니다. 이런 사실 또한 자연의 신비로움이라는 색시각이 듭니다.

자귀나무는 외부의 자극 없이 해가 지고 나면 펼쳐진 잎이 서로 마주 보며 접힙니다. 양분을 만들 수 없는 밤에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잎의 표면적을 되도록 적게 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광합성을 할 때 외에는 날아가는 수분을 줄여보겠다는 전략이 담긴 수면운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귀나무에 이런 과학적 원리가 숨겨져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자귀나무의 열매
자귀나무는 콩깍지 모양의 열매를 맺는데 스산한 겨울바람이 일면 긴 열매는 바람에 부딪혀 달가닥거립니다. 이 소리가 거슬리는지 사람들은 여설목(女舌木: 여자의 혀와 같은 나무)이라 불러 그 소리의 시끄러움을 묘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옛날에도 여성들이 시끄러운 대화를 한다고 묘사되는 것 보니 지금보다 사회적 분위기가 여성들에게 약간 억압적이던 시절에도 여성들이 시끄럽다고 묘사되는 것 보니 여성들이 남성보다 시끄러운 건 사실인가 봅니다.

자귀나무는 쓰임새도 다양합니다. 목공 도구들의 자루를 만들 때 사용되기도 했고, 한방에서는 줄기 껍질과 꽃 그리고 꽃봉오리가 뭉친 것을 풀어주고, 기와 피를 고르게 하여 정신을 편안히 하게 해준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열매에 영양분이 많아 소와 말의 먹이로 사용하였으며, 사람들은 열매를 볶은 후 차로 마셨다고 한다. 자귀나무 효능으로 특히 우울증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