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의 '시정만담'> 추락하는 언론(言論)은 날개가 없다

<김영태의 '시정만담'> 추락하는 언론(言論)은 날개가 없다
  • 입력 : 2022. 07.18(월) 07:00
  • /글=김영태
[국민생각]
필자는 얼마전부터 ‘좋은 기사 연구모임’이라는 모임에 가입돼 활동 중이다. 지난해 현업을 떠난 뒤 과거 현업 시절 활동에 대한 자기 성찰과 우리 언론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다.

지금 언론계는 신뢰도에서 거의 밑바닥 상태로 추락했다는 말이 공공연한 지경이다. 기레기(기자+쓰레기)를 넘어 기더기(기자+구더기)라는 최악의 멸칭(蔑稱)을 들어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을 정도다. 필자가 젊은 날의 혈기로 시작해 머리 허여지도록 몸 담았었고, 그래서 평생의 천직(天職)이라 여겼던 언론계가 이토록 추락했다니 참담하다. 오랜 추락을 거듭해온 언론의 신뢰 상실에 필자 또한 일정 부분 가세했을 것이며 그에 따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어 그런 기분은 더욱 짙은 회한으로 다가 온다.

뒤늦었지만 ‘좋은 기사 연구 모임’ 활동을 통해 우리 언론이 지향해야 할 바와 관련된 살아있는 강의를 경청하고 자유 토론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됨을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자기 위안으로 삼고 싶다.

“사실(팩트-Fact)에 입각해 진실만을 보도한다”.

저널리즘의 가장 간명한 이 한줄 원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어야 할 원칙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 언론은 이같은 원칙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언론인 윤리 강령’, ‘보도 준칙’이라는 거창한 지침은 개(犬)에게나 주어버리지 않았는지. 현업 시절 내내 머리를 짓누르던 자사(自社) 이기주의도 논외로 치자. 출입처 제도라는 그릇된 취재 관행, 기자 개인의 성향이나 특성 및 지적·이념적 편향은 물론 정파적 이익에 이르기까지. 사실을 오염시키고 진실을 비틀어 버리는 언론의 굴절 행위는 다분히 자생적이어서 최악의 신뢰도 하락이라는 결과를 낳게된 원인이라고 여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언론 상황을 언론인들만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땅의 언론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 처하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 볼륨을 키워가고 있어 이목을 끈다. 언론 현업에서 학계로 자리를 옮긴 이들이 내놓는 주의·주장들이다.

이들이 속한 ‘좋은 저널리즘 연구회’는 지난해 한 기획물로 ‘버릴 관행, 지킬 원칙(취재 보도 바로 세우기)’이라는 서적을 발간(이화여자대학교 출판문화원)했다. 연구회는 발간사를 통해 ‘한국 언론의 뉴스 만들기,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라고 비평했다.

비평은 “우리 사회에서 언론은 시민들이 세상을 보는 눈과 귀가 되고 민주주의에 건강한 생기를 불어넣은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언론이 갈수록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그러한 언론의 기능 상실 실태를 이렇게 묘사했다. ‘디지털 공간은 선정적이며 자극적인 뉴스로 뒤덮이고 사실과 주장이 뒤범벅된 기사를 양산하는 정파적 보도로 인해 여론이 분열돼 언론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거듭 추락해가는 중이다’고. 이같은 언론의 역기능적 행태는 역설적으로 시민 누구나 믿고 의지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언론의 부재를 초래해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암울하게 만든다고.

책에 실린 논문 성격의 여러 비평 가운데 ‘언론인의 윤리실천과 이해충돌 문제’라는 제목의 비평(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한국일보 근무)도 유사한 질타다. 배교수는 ‘김영란 법’으로 회자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2021년 5월 제정)을 예시로 들었다. 이 법의 제정 목적은 제 1조에 명시돼 있다. ‘공직자의 직무 수행과 관련한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의 직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배교수는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의 목적을 우리 언론 실상에 대입해 “언론인 또는 언론사의 사적 이해가 보도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현상이 된다”고 꼬집었다. 언론인들이 그 지위를 활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거나 취재 보도로 얻은 정보를 사적 용도로 이용하고, 뉴스 판단에 언론인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언론사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행위가 문제라는 것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자처하는 언론인들은 누구보다, 어떤 영역에서든 이해충돌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높은 수준의 이해충돌 자제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이해충돌에도 버젓하고 윤리나 도덕의 거울에 비춰보지도 않는 언론인, 언론사가 횡행하는 시절. 한국 언론의 날개없는 추락은 어쩌면 이같은 이해충돌과 관련한 수오지심 없음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글=김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