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철의 '일과 건강'> 팔 다리 허리가 아파요-작업관련성(work-related) 근골격계질환

<박형철의 '일과 건강'> 팔 다리 허리가 아파요-작업관련성(work-related) 근골격계질환
  • 입력 : 2022. 07.20(수) 07:00
  • 글=박형철(전 국립소록도병원장)
[국민생각]
주말농장을 해볼 요량으로 밭뙈기를 임대했다. 열 서너 평이니 농장이라 부르기엔 쑥스럽다. 하지만 남들도 그렇게 부르니. 재래시장 모종 가게에 들러 상추, 쑥갓, 방울토마토 등을 1∼10그루씩 사다 심기 시작했다. 처음엔 30~40분정도 일을 했다. 며칠 지나니 제법 커졌다.
때론 급한 성질에 크지도 않은 상추를 뜯어다 쌈도 먹었다. 잡초가 골치였다. 조금씩 나기 시작하더니 비가 한 두 차례 지나간 후 풀밭인지 채소밭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옆집과 비교해 봐도 우리 밭엔 온갖 잡초가 무성하였다. 마음 단단히 먹고 뽑기로 했다. 요령이 빈약한데 연장은 투박한 큰 낫과 꽃삽 한 자루가 전부. 힘주어 하나씩 뽑기 시작했다.
조금만하기로 했었으나 하다 보니 쉬지 않고 네 다섯 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 후 한 동안 허리, 팔 다리가 아파 몸져누웠다.

엉성한 자세, 무리한 근육사용, 오랜 시간, 반복 작업 등이 문제였다. 올바른 자세에 자주 일어나서 휴식을 취하거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농사일, 회사, 공장이나 가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근골격계 건강장해’이다.
이 질환은 인체의 근육골격계에 과도한 부하가 반복적으로 가해질 때 근육, 건, 건집, 인대, 점액낭, 신경 등에 손상이 발생하는 작업관련성질환을 의미한다. 특정 신체부위 및 근육의 과도한 사용으로 관절의 근육, 혈관, 신경 등에 미세한 손상을 일으키는 만성 건강장애이다.
부적절한 자세, 힘든 작업, 반복작업 외에 회사에서 직무만족도, 사회적지지, 동료 및 상사와의 인간관계, 직업의 안정성 등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연령, 성, 운동, 취미활동, 병력, 작업경력과 사회심리적 요인 등도 근골격계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골격계질환 관련 작업환경개선지침에 따르면 날카롭고 단단한 면 또는 차가운 면을 가진 물체와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하고 불가피한 경우는 장갑 또는 손목 지지대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공장이나 사업장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에 비해 자동화가 많이 되었으나 대부분 일은 손과 발 등 신체를 이용하여 할 수 밖에 없는 일에는 이런 종류의 질환이 다반사이다. “근골격계 부담작업”이라 한다. 사무실에서 키보드나 마우스로 오랜 시간 자료입력 작업을 하거나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또는 손을 사용하여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작업’이다. 손이 머리 위에 있거나 팔꿈치가 어깨 위에 있는 등 ‘부적절한 자세’ 역시 문제가 된다. 쪼그리고 앉거나 무릎을 굽힌 자세도 부적절하긴 마찬가지다. 셋째 ‘과도한 힘’을 말하는데 지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건(1∼2kg이상)을 옮기거나 한손의 손가락으로 물건을 쥐는 작업 등을 말한다. 과도한 힘이나 접촉 스트레스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할 때 작업제한 나아가 작업전환 등 근로자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이 방책일 수 있다. 2시간이상 (계속)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적정한 휴식시간을 제공하는데, 1회 장시간 휴식보다는 조금씩 자주 휴식하는 게 더 유익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권고(KOSHA GUIDE)에 따르면 근골격계 질환의 의학적 관리대책은 근골격계 부담작업 및 유발 유해요인에 대한 근로자 교육, 근골격계 질환 유발 유해요인조사, 5kg 이상 중량물 표시, 작업조건에 따른 작업시간과 휴게시간의 적정배분 및 직무스트레스 저감대책 등을 추천하고 있다.
근골격계 예방관리 프로그램 운영도 도움이 된다. 인간공학적 접근 통한 유해요인에 관한 작업환경 개선, 교육 훈련, 그리고 의학적 관리가 포함되고 경영진이 참여할 때 더욱 효과가 배가된다. 질환의 조기발견과 조기치료 나아가 조속한 직장복귀를 권장하고 있다.

업무상 질병 인정여부 결정에 관한 노동부 개정고시가 지난 4월 발표되었다. 내용을 보면 상병, 직종, 근무기간, 유효기관 등 일정기준을 충족할 경우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근골격계질환의 업무관련성 판단기준에 신속한 처리절차(fast-track)가 도입된 것으로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된다.
글=박형철(전 국립소록도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