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민의 야생화 이야기> (62)후박나무

<청민의 야생화 이야기> (62)후박나무
  • 입력 : 2022. 07.22(금) 07:05
  • 청민 임동후
[국민생각] 제가 간혹 산책하는 시내 중심의 평화로운 공원과 거의 매일 한 번씩 지나는 산책길에 이 친구 후박나무가 있습니다. 원래 이 후박나무는 바닷가에 많이 있어 자주 봐오던 친구였는데 시내 중심에서 보다니 서식지의 범위가 넓혀졌는가 하여 참 반가웠습니다. 후박나무는 녹나무과에 속하며 제주도와 울릉도 등 따뜻한 남쪽 섬지방에서 자라는 늘 푸른 나무로 일본, 대만 및 중국 남쪽에도 분포하고 있습니다. 주로 해안을 따라 자라며 껍질과 열매는 약재로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나무가 웅장한 맛을 주고 아름다워서 정원수, 공원수 등에 이용되고 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용으로도 심어지고 있습니다.

수형이 좋고 잎이 아름답지만 추위에 약하여 서남부 해안 지방과 도서 지방으로 식재지가 한정되는 게 매우 아쉬운 나무입니다. 크게 자라는 대 교목으로 학교원, 공원, 공공 주택 단지 등에 적합하며 바닷바람에 강하며 염해에도 견디므로 바닷가의 방풍수나 해안 매립지 등에도 좋습니다. 또한, 해안 지방의 가로수로도 요즘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단 후박나무 같은 상록수를 가로수로 심으면 겨울에 그림자가 지므로 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에서는 눈이 쉬 녹지 않으므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후박나무 새잎
후박나무의 새잎은 꽃처럼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때론 꽃보다 훨씬 아름답게 보이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꽃도 피어있긴 하는데 새잎에 가려 아름다운 꽃도 아름다움을 뽐내는 데서 밀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면 꽃이 마치 횃불 모양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마치 자기를 봐달라고 시위하는 것 같습니다. 이 친구의 새잎은 그만큼 자기의 아름다움에 자신이 있나 봅니다.

후박나무꽃
후박나무의 꽃은 4∼5월에 피며 녹색으로 아주 작은 꽃이 아주 조밀조밀 핍니다. 너무 꽃이 작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울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아주 작은 꽃들은 야지에서 우리가 놓치기 쉽습니다. 산행이나 산책할 때 주변의 식물들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걷는 것도 지혜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치는 것도 달래주고 걷는 것이나 산행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의 확대 사진을 보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너무나 예쁘게 보이네요. 자세히 보지 않아 이런 아름다움을 놓치는 것은 우리들의 삶에서 중요한 어느 부분을 놓치는 참으로 애석한 일이 될 것입니다. 저도 늘 산을 같이 타는 아주 가까운 친구에게 너무 속도가 느리고 해찰을 많이 한다고 핀잔을 많이 듣지만 이런 아름다움을 찾는데 지금도 여전히 열심인 것 같습니다.

후박나무꽃 확대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마을 한복판이나 입구에 나무를 심어 정자목(亭子木)으로 활용해 왔다. 정자목의 역할은 마을 사람들에게 피서 또는 휴식 공간을 제공해 이웃 간의 이해와 친목을 돈독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활용된 정자목 중 대표적인 것이 후박나무입니다. 후박이라는 이름은 잎과 나무껍질이 두껍다는 뜻의 후박(厚朴)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일부에서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라고 부르는데, 자생종 후박나무가 있으니 일본목련은 그냥 일본목련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사실은 뒤에서 더 언급됩니다.

나이가 300년 정도 추정되는 우리 지역 진도 관매리의 후박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가운데 살아온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보존가치도 크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습니다. 장흥 삼산리와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의 격포리의 후박나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후박나무는 발견빈도수가 그리 많지 않고 또한 수형이 크고 아름다워 이렇게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것이 후박나무의 가치가 느껴지는 사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후박나무 열매

후박나무의 열매는 새의 먹이가 되는데 울릉도 사동의 후박나무 열매는 울릉도에 사는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의 먹이가 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열매에는 둥근 종자가 한 알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넓은 지역에 번식되기가 힘든 것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울릉도에서 후박나무는 위장병이나 천식을 치료하는 한약재로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아래의 후박나무 열매 확대 사진을 보면 무언가 저 열매속에 중요한 게 들어있을 것 같은 생각이 강하게 드는 모양입니다.

후박나무 열매 확대
을릉도호박엿 한 번씩은 드셔 보셨을 겁니다. 을릉도호박엿에도 스트리가 있습니다. 후박나무의 진액과 열매로 엿을 만들어 먹었으며 이 엿을 후박엿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 후박엿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발음혼동으로 호박엿으로 알려져서 을릉도호박엿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후박나무가 귀해지자 나무를 보호하기 위하여 호박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유래하여 지금은 완전 을릉도호박엿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 스토리가 좀 거시기 합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을릉도호박엿은 이제는 호박으로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후박나무라 잘못 불리고 있는 일본목련
후박나무를 설명하다 보면 목련 꽃같이 생긴 일본목련이 여기에서 소환됩니다.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위에 기술한 후박나무와는 전혀 다른 나무입니다. 우리나라에 일본목련이 들어오면서 이름이 잘못 전달된 이유로 많이 헛갈려서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본목련을 그리 부르게 된 것은 이 나무의 일본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을 우리식대로 그대로 읽으면 후박이 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런 착각을 가져온 것도 오랜 시간 동안 우리를 지배해온 일본 문화의 탓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직도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 들어있는 일본식 이름과 일본식 문화가 우리의 식물들에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 각계각층 각종 분야에서 왜색을 덜어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인 점은 우리의 민족정기를 바로 잡는다는 의미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이름을 바르게 불러 주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여기에서 언급한 후박나무와는 완전히 다른 이 후박나무는 일본목련으로 바로 잡아 불러 주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