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의 '좌충우돌'> 양향자·권은희 의원의 경우

<박상수의 '좌충우돌'> 양향자·권은희 의원의 경우
  • 입력 : 2022. 07.25(월) 07:00
  • /글=박상수
[국민생각]
광주 서구을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고 21대 국회의원이 되었으나 지금은 탈당해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은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다. 화순군 이양면 출신인 그는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1985년 삼성전자 기흥연구소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한다. 사무실에서 ‘미스 양’으로 불리며 커피 타고 서류 복사하던 양향자는 2007년 DRAM설계팀 수석연구원이 된다. 2008년 2월에는 성균관대에서 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플래시설계팀 수석연구원 및 부장을 거쳐 2014년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로 승진한다. 1995년부터 2016년까지 약 42건의 특허도 출원했다. 연구보조원에서 임원이 되기까지 그간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한 권의 책으로 엮어도 부족하다.

여상고 출신이 국내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에 들어가 임원이 된 것은 양향자가 최초 사례다. 고졸, 여성, 전라도 출신이라는 3대 핸디캡을 딛고 유리천장을 깬 양향자의 사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가 2016년 1월 당시 문재인 대표에 의해 인재 영입 케이스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것은 이러한 이력이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향자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안철수 바람이 거세게 분 탓에 천정배에게 큰 표차로 낙선했다. 그 후 원외 최고위원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차관급)을 지낸 양향자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천정배를 누르고 국회에 입성했다.

양향자가 21대 국회에 들어가 의정활동을 활발하게 했다는 인상은 들지 않는다. 검찰 수사 중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두둔하고, 삼성그룹 반도체 노동자를 위해 2015년부터 농성해온 ‘반올림’을 ‘귀족 노조’(노조가 아니고 시민단체다.)라고 비판해 여전히 ‘삼성 DNA’를 버리지 못했다는 비난을 당 안팎에서 들었다. 2021년 7월 지역구 사무실 직원(친척)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의 정치 행보는 꼬인다.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민주당 윤리위원회가 출당을 결의하자 자진 탈당을 했다. 지난 봄에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 기소 분리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해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같은 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는 “검수완박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다.”는 폭탄 발언까지 했다. 법사위에서 양향자를 사보임하려던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키는 무리수를 써서 법안을 처리했다. 양향자의 몽니(?)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국민의힘에서 제안한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수락해 활동하고 있다. 머잖아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양향자는 자신의 출당을 결의한 민주당에 단단히 화가 나고 서운했을 것이다. 자신의 행위가 아닌 걸로 출당 조치되는 것은 일종의 연좌제라고 생각한 듯하다. 민주당의 현행 당규는 징계가 임박해 징계를 피하고자 탈당할 경우 5년간 복당이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양향자는 다음 22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수 없다. 그래도 친정인 민주당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여당 쪽으로 가버린 것은 성급했다. 서영교 의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탈당 의원의 복당은 당규와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풀 수 있다. 그가 원래 갖고 있던 부자 DNA, 삼성 DNA가 발현된 것일까. 검찰과 여당에 책이라도 잡힌 것인가. 이렇게 광주는 여성 국회의원 한 명을 잃었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인 권은희 국회의원도 광주가 낳은 여성 인재다. 조대여고와 전남대 법대를 졸업한 권은희는 2001년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잠시 변호사로 일하다 2005년 여성 경정 특채 1호로 경찰에 투신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재직하면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수사 축소 은폐 지시를 폭로하고 사표를 제출해 진보 진영에서 일약 영웅이 됐다. 이후 이용섭 의원이 광주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하고 치러진 2014년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이때 공천권을 가진 당 공동대표가 안철수‧김한길이다. 당시 광주 여론은 권은희 공천에 박수를 보냈다. 제20대 국회에서는 안철수가 창당한 국민의당으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재선 의원이 된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민의당 비례대표를 받아 3선 의원이 됐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2018년 유승민의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으로 탈바꿈한다. 재선인 권은희도 배를 옮겨 탔다. 보수 성향으로 자유한국당의 2중대나 다름없는 바른미래당 소속이 되자 광주 시민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도움을 호소하는 여순사건 유족들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친 사건이 발생한다. 2019년 11월 여순사건 유족들이 국회로 가서 상임위에 입장하는 의원들에게 여순특별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다른 의원들은 ‘알았다’고 정중하게 말하고 입장했다. 그러나 권은희는 노인 유족들이 붙잡은 손을 뿌리치며 “하지 마세요. 하지 마세요. 왜 이러세요.”라며 짜증을 내는 모습이 TV 뉴스에 그대로 나왔다. ‘광주의 딸’을 자처하는 권은희가 이럴 수 있느냐며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뒤늦게 촉박한 시간 때문에 그랬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 사건으로 권은희는 ‘광주의 딸’이라는 애칭을 잃었다. 권은희는 21대 국회에서 다시 쪼개진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사실상 광주와 멀어졌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하면서 권은희는 안철수와 사실상 정치적 결별을 하게 된다. 단일화 후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을 진행하자 자신을 제명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탈당을 하면 의원직을 잃게 되지만 제명을 당하면 유지할 수 있다. 그는 이른바 ‘검수완박’에 국민의당 원내대표로서 찬성 입장을 밝히고, 표결에서도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윤석열 정부의 행안부 경찰국 신설 등 경찰 견제 방안에 대해서도 위헌적이라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은희는 현재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양향자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그가 광주 시민들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화의 성지라는 평가를 받는 광주는 근래 들어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을 꾸준히 배출해 왔다. 19대에 서구갑에서 박혜자, 19대 재보선과 20대에 권은희가 광산을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이 되고, 21대에는 양향자가 서구을에서 배지를 달았다. 광주의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은 16대 국회에서 동구에 광주 YWCA 사무총장 출신의 김경천 의원이 나온 후 한동안 끊겼다. 내후년 22대 총선에서는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의 맥이 다시 끊길 가능성이 크다. 양향자 지역구에는 양부남 전 고검장과 천정배 전 의원 등이 공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양성 평등 시대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다. 더욱이 민주‧인권‧평화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에서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은 여성에게는 여전히 유리천장이다. 여성 국회의원이 시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양향자와 권은희가 말해주듯 기존 지역구 여성 의원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하지 못하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데도 원인이 있다. 그래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약간 미덥지 못해도 여성을 계속 여의도로 보내야 양성 평등이 실현되고 정치 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 광주의 여성 지도자들이 분발하고, 광주 시민이 나서야 한다. 여성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약자이고 소수자다. 여야 각 정당이 광역단체에서 최소한 1명 이상의 지역구 여성 공천자를 내는 의무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글=박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