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민의 야생화> (64)능소화

<청민의 야생화> (64)능소화
  • 입력 : 2022. 08.05(금) 07:00
  • 청민 임동후
[국민생각] 요즘 곳곳에서 이 친구를 볼 수 있습니다. 능소화입니다. 왠지 예쁜 이름으로 느껴집니다. 능소화라…. 이 친구의 이름이 왜 능소화 인지 궁금해집니다. 이 친구는 피고 지기를 반복하여 여름내 우리에게 자태를 뽐냅니다. 여름에 가장 아름다운 꽃 중의 하나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꽃이 계속하여 피고 지기 때문에 떨어진 꽃잎으로 주변 바닥이 더러워지기도 하지만 이 친구는 여름 내내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줍니다.

능소화는 안타깝고 아름다운 전설이 있는 꽃입니다. 임금님의 하룻밤 은총을 입은 궁녀 소화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임금님을 그리워해 담 너머 발기척을 마냥 기다리다 지쳐 시름시름 앓다가 어느 여름날 세상을 떠났고 가엾이 여긴 시녀들이 임금님 담장 밖에 묻어달라는 유언에 따라 담장 밑에 묻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른후 그 자리에서 꽃이 폈는데 이 꽃을 능소화 즉 소화의 무덤에서 핀 꽃이라는 전설이 있습니다. 능소화는 소화의 넋을 기리는 꽃이라는 뜻으로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입니다.

하지만 능소화(凌霄花)의 한자어는 소화의 무덤에서 자라났다는 전설과 달리 무덤이나 언덕을 뜻하는 陵(언덕 능)이 아니라 凌(능가할 능)이며 하늘을 뜻하는 霄(하늘소)입니다. 훈독하면 ‘무덤에서 피어난 소화의 꽃’이 아니라 ‘하늘을 능가하는 꽃’, 즉 허공에 뻗어 나가는 꽃줄기 모양이 하늘을 능가하듯 기세 좋게 뻗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전설이 과거 우리 조상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능소화처럼 잘 못 만들어지고 그대로 후손들에게 전달되는 예도 있는 것 같습니다.


능소화의 꽃입니다. 능소화는 봄꽃들이 다 지고 장마가 시작되는 한여름에 시작하여 초가을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합니다. 어린 시절 옛 어른들께서 능소화가 피면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여 장마꽃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친구의 꽃을 보면 트럼펫의 모양을 많이 닮았습니다. 여름내 피는 이 꽃들은 아마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여름의 아름다운 소리를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을까요? 그냥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장마가 시작되면 다투어 피어나던 봄꽃들이 자취를 감추는데 능소화만 화사하고 큼지막한 꽃을 피워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꽃입니다. 하지만 꽃은 화려한데 열매는 열리지 않는 꽃입니다.

능소화 꽃망울이 꽃으로 변하는 모습
능소화 꽃망울에서 꽃이 피어나는 모습입니다. 저렇게 작은 꽃망울에서 저렇게 큰 꽃이 핍니다. 모든 꽃망울이 꽃으로 변하면 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되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예쁩니다. 이 친구 능소화는 우리 지역 남부지방에서 주로 사찰이나 공원 그리고 가정집 정원에서 자라고 있으며 관상수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지가 흡착성이 좋아 다른 물체나 나무에 잘 붙어 올라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능소화꽃 확대
능소화꽃을 확대한 사진입니다. 중심부에 꽃술이 보입니다. 능소화의 화분이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으나, 사실과 다릅니다. 능소화는 풍매화가 아닌 충매화이기 때문에, 화분이 바람에 날릴 가능성도 적을 뿐만 아니라 화분이 직접 안구에 닿더라도 실명할 만큼 위험하지 않습니다. 또한, 능소화의 화분으로 인해 실명 피해를 본 사례가 한차례도 없는 점도 이러한 사실들을 대변한다고 합니다.

추위에 약해서 다른 목본류보다 좀 늦게 싹이 나오는데, 이것을 양반들의 느긋한 모습에 착안해 양반나무라는 이름으로도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 이름 때문에 평민들은 능소화를 함부로 기르지 못했다고 합니다. 만약 기르다가 적발되면 즉시 관아로 끌려가서 매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한, 장원급제를 한 사람의 화관에 꽂아주는 어사화로도 쓰였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아무래도 양반들과 더 가까운 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 없는 꽃조차도 선민의식에 젖어 구별하여 사용하려고 하다니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요즘에 와서는 좀 세련되고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안타까운 흐름이 선민의식에서 나오는 계층 간의 갈등인 걸 보면 우리 인간의 내면에는 다른 사람들과 아름다운 동행을 저해하는 아주 나쁜 피가 흐르고 있지 않은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미국능소화
중국이 원산지인 능소화와 다른 종으로 능소화보다 꽃이 조금 작고 색은 더 붉으며 늘어지는 것이 없는 미국능소화가 있습니다. 미국능소화는 추위에 좀 더 강하고, 비교적 열매가 잘 열려 한번 발들이면 제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야지에서 능소화보다 미국능소화가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능소화 속에는 이 능소화와 미국능소화 둘만이 현존한다고 합니다.

꽃 이 한 번에 흐드러지게 피는 게 아니라 계속 꽃이 지고 나면 또 피고, 또 피고 하므로 개화 기간 내내 싱싱하게 핀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개화 기간 내내 바닥에 떨어진 꽃 때문에 지저분해지기도 쉬워 능소화를 정원에 심은 집이라면 개화 기간은 끊임없이 마당 청소를 해야 합니다. 거의 가을철 낙엽을 청소하는 수준입니다.

미국능소화 꽃망울
위의 사진은 미국능소화의 꽃망울과 꽃망울에서 꽃이 피어나는 초기 모습입니다. 능소화와는 다른 모습의 꽃망울입니다. 꽃모양도 그렇지만 꽃망울의 모습도 미국능소화와 능소화는 다릅니다. 모양은 다르지만 느낌이 같은 이 두 친구는 유일하게 같은 식구인지라 같은 곳에서도 잘 자랍니다. 제가 자주 산책하러 가는 공원에는 큰나무에 능소화와 미국능소화가 같이 자라고 있습니다. 특이해 보였으나 능소화속에 이 두 친구밖에 없어 강한 동지의식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능소화에 딸린 꽃말은 명예 또는 그리움입니다. 임금에 대한 그리움 맞네요. 능소화는 병충해와 비바람에는 대단히 강합니다. 하지만 사람 손을 타서 사람이 이 꽃을 만지면 꽃받침째 떨어져 버립니다. 꽃은 그저 바라다보는 것이라는 걸 주장하고 싶은 것 일까요? 그래서 자기를 만지면 아예 꽃받침째 떨어짐을 보여줌으로써 자기가 꽃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고 싶었을까요? 늘 느끼지만, 꽃과 꽃말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때론 억지로 의미를 연관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대략은 이해가 잘되는 것 같습니다.

능소화는 약재로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능소화의 꽃, 잎, 줄기 그리고 뿌리가 다양하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약재로 쓰인다고 합니다. 능소화는 어혈을 풀어주고, 피를 잘 돌게 하며, 피의 열을 식히고, 풍사를 없애며, 피부 가려움증이나 체내의 기가 쌓여 덩어리가 생기고 아픈 증상을 가라앉혀 준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