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민의 야생화 이야기> (75)천남성

<청민의 야생화 이야기> (75)천남성
  • 입력 : 2022. 10.21(금) 11:08
  • 청민 임동후
[국민생각] 최근 무등산 정상개방일에 군부대 정상에 올랐다가 누에봉에서 꼬막재쪽으로 하산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친구 천남성 열매입니다. 무등산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 친구를 만나 너무 기뻤습니다. 이 친구 먹음직스럽게 보여 따먹고 싶은 열망이 듭니다. 하지만 맹독성이 있어 절대 드시거나 만지면 안 됩니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의 이름을 천남성으로 지어진 것에 나름 타당성 있는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이 친구가 너무 아름다워 따먹고 싶은 열망을 참지 못하고 따먹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다 그렇게 되지 않을지 몰라도 하늘나라로 가실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 친구의 이름처럼 남쪽 하늘에서 빛나는 천남성(天南星)이 되지 않을까요? 묘한 연관성이 있어 보이네요. 좀 과한 비유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럴듯한 이유라는 생각이 드네요. 암튼 이 친구 천남성의 취급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남성의 열매가 완숙되었을 때 독성이 약해지고 생명에도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주장하는 글들도 인터넷에 올라있지만 그래도 드시는 건 삼가야 할 것입니다. 독성이 강한 뿌리보다 독성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분명 맹독성이 있다고 하는데 어는 시점에서 먹으면 괜찮은 것인지 판단하기도 어렵기도 하고 또한 확실한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드시는 건 왠지 많이 찝찝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럴 때는 그냥 안 드시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입니다.

코브라를 닮은 천남성꽃
올해 봄 어느 때쯤에 경기도에 있는 야산을 걷다가 만난 천남성꽃입니다. 아래의 확대 사진과 함께 보시면 금방 생각이 드실 건데 여러분은 이 두 사진은 보고 어떤 것이 연상 되실까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보자마자 코브라 바로 맹독의 상징으로 되어있는 코브라가 생각났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코브라 두 마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고 아래의 사진은 먹이를 찾고 있는 고개를 바짝 치켜든 코브라 녀석이 생각납니다. 이런 비유에 대해 거의 모든 분이 동의하지 않을까 하는 저의 생각입니다. 정말 완벽한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또 하나의 자연이 주는 기묘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천남성꽃 확대
천남성은 다른 식물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성이 있는 식물입니다. 천남성(天南星)이라는 이름은 눈에 띄게 붉게 익는 천남성 열매 모습이 밤하늘에서 두 번째로 밝은 남극성(카노프스)과 닮았다고 하여 붙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별이라는 의미의 천남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열매가 아름답다고 하여 아름다운 별과 연관 지어 이름을 붙이는 것에서 우리 인간들 많이 가질 수 있는 낭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남성의 초기 열매
천남성의 초기 열매입니다. 천남성은 처음에는 이처럼 녹색의 열매로 탄생해서 시간이 흐를수록 주황색 빨간색 그리고 마지막은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각자 다양한 멋이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발간색의 열매가 제일 아름다워 보입니다. 천남성의 열매는 마치 여러 개의 옥수수 알이 박혀있는 것 같은 모양으로 빨갛게 익습니다. 완숙하면 겉의 표면이 기름을 발라놓은 듯 윤기가 흐릅니다. 아마도 새들의 먹이가 되기로 작정했을 것이며 왁스를 발라놓은 것은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익어가는 천남성 열매
천남성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아시아의 그늘진 숲속에 비교적 흔한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생긴 모습이 아주 독특한 형태입니다. 꽃 모양이 피처 잔처럼 길쭉한 통 위에 뚜껑이 달려 벌레잡이풀이나 코브라의 머리를 닮았다. 이 식물은 조선 시대 때 덩이줄기를 사약으로 썼다고 알려질 만큼 줄기, 잎, 열매가 독성을 띠는 맹독 식물로 유명합니다. 천남성의 통 모양 꽃이 식충식물처럼 가루받이 곤충을 유인해 죽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천남성의 꽃은 엄밀히 말해 꽃을 보호하기 위해 잎이 변형된 포(불염포)이고 진짜 꽃은 길쭉한 불염포 바닥에 자잘하게 핀다. 수컷 버섯 파리는 천남성의 꽃이 풍기는 성호르몬 냄새에 이끌려 불염포의 들머리를 지나 밑으로 향한다. 통은 밑으로 갈수록 점점 밝아져 출구에 가까워진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천남성 불염포의 길쭉한 중간 자루 부분은 미끄러워 곤충이 빠져나가지 못한다. 탈출구를 찾으려 애쓰던 파리는 암술에 가루받이한 뒤 꽃 속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죽는 버섯 파리는 대부분 수컷이어서 암컷의 성호르몬에 이끌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벌레잡이풀 네펜데스
천남성과 동남아 열대지방의 식충식물인 벌레잡이풀의 꽃은 가루받이와 식충을 위해 진화했지만, 형태는 비슷하다. 네펜데스라고 불리는 이 친구에 대해 스에츠구 교수는 “두 식물의 형태적 유사성은 수렴진화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렴진화란 박쥐와 새의 날개처럼 진화계통이 다른 동물들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형태의 진화를 이룬 것을 가리킨다. 곤충이 식물에 가루받이해 주는 대가로 꽃꿀과 꽃가루를 얻는 공생은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천남성의 매개 곤충 살해는 이런 공생을 뒤집는 새로운 유형의 속임수로 기록될 것이다.

요즘 가을철 집중적으로 이산 저산 다니는데 그렇게 쉽게 보이지 않던 천남성 열매가 이곳저곳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물론 개체 수가 많지 않으나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도 자주 보입니다. 특히 어린이와 동행하는 분들은 어린이들이 너무 예뻐 이 친구를 가지고 놀 수 있지 않도록 주의를 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아름다운 동심은 무서움과 두려움 등과는 전혀 거리가 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