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각] 우리의 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을 아시나요?
나혜석은 1896년 4월 28일 경기도 수원에서 4남매중 셋째로 태어났으며, 아버지 나기정은 용인 군수를 지내는 등 부유하고 유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나혜석은 수원 삼일여학교를 거처 서울 진명여고를 졸업하고 1913년 도쿄 여자 미술학교에 입학하여 그림 공부를 시작 했습니다. 여학교 시절에도 그림 솜씨가 뛰어 났으며 일본 유학중인 오빠들의 도움으로 도쿄미술학교 유화과에서 그림을 배웠기에 전문적으로 서양화를 공부한 조선 여성으로서는 그녀가 최초인 것입니다.

그녀는 일본에서 서구 문물과 근대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가부장적인 사회 모순을 지적하며 여성 운동에도 관심을 같게 됩니다. 그는 ‘이상적 부인’이라는 글을 통하여 여자도 실력을 쌓아 자신의 위치를 강화하여야 한다며 여성의 사회 참여를 주장 하였습니다.

이 시기 둘째 오빠의 친구 최승구를 만나는데 최승구는 일찍 결혼한채 조선에 부인을 두고 온 유부남 임에도 둘은 연인관계로 발전 하였으나 최승구가 1916년 폐결핵으로 사망하게 되면서 나혜석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되고 잠시 귀국하여 여주에서 1년 정도 교직에 있다 다시 일본으로 유학을 하여 1918년 귀국하게 됩니다.

이후 함흥, 서울에서 미술교사로 학생을 가르치며 가부장제를 부정하는 계몽소설 ‘경희’ ‘희생한 손녀에게’를 발표하며 여성 계몽운동을 활발하게 하게 됩니다.

1919년 3·1 운동 당시 김마리아, 김활란 등 여성 운동가들과 비밀 집회를 하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게 되는데 유학시절부터 그녀를 좋아했던 김우영의 도움으로 풀려나게 되며 그 이듬해 그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김우영과의 결혼 조건이 있었는데, 그가 요구한 걸 보면 “일생을 두고 지금과 같이 나를 사랑해주시오,” “그림 그리는 것을 방해하지 마시오,” “시어머니와 전처의 딸과는 별거 하게 해주시오.” 등 당시로는 파격적인 조건하에 결혼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결혼후 신혼여행 또한 첫사랑인 최승구의 무덤이 있는 목포로 갔으며, 그의 무덤에 같이 참배를 하고 얼마 후 그의 무덤에 묘지석까지 세워 주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김우영이 그녀의 재능을 인정하고 작품활동을 지원해주어 10여년간 미술과 문학에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1921년 3월 여성 최초로 유화 전시회를 하게 되며 1922년 창설된 조선미술전람회에도 꾸준히 작품을 출품하여 입상과 수상을 거듭합니다.

또한 그의 문학적인 활동도 활발하여 자유와 이를 통한 창조적인 활동 및 계몽활동 남녀 사이의 자연스러운 만남 및 종속관계로 맺어지는 결혼의 불합리함에 대한 타파 등을 주장하는 글을 활발하게 발표 합니다.

이렇게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던 중 1927년 외교관으로 임명된 김우영과 함께 유럽 및 미국 여행길에 나서게 되는데 파리에서 김우영의 친구 최린(천도교 교령)을 만나게 되며 파리에 머무르며 서구 정취에 흠뻑 빠지게 되고, 그림에 열중하여 예술혼을 불태우게 되는데, 여기에서 그동안 순탄한 가정생활의 불행이 싹 트게 됩니다.

나혜석의 최린에 대한 사랑이 싹트게 됐던 것입니다. 둘의 염문을 김우영이 알게 되며 시작된 파국은 1931년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남자들의 외도는 인정되며 여자의 외도는 인정되지 않는가?“ 라고 항변 하지만, 당시의 사회적 통념을 거스른 너무 앞지른 그녀의 사고는 끝내 면죄부를 받지 못하고 비난과 멸시 속에 빠져 들게 되는 것입니다.

김우영과의 이혼이 동아일보에 공식 기사로 다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하여 이혼 사건에 대한 파문이, 또 1934년 나혜석의 ‘이혼 고백서’, 그 얼마후 최린에게 보낸 ‘이혼 보상비 청구’ 소송을 하며 온 장안의 화제가 되면서 나혜석은 조선 신여성에서 천박한 여인으로 하루 아침에 전락하게 된 것입니다.

그 시대를 지배하던 도덕과 관습의 완강한 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나혜석의 삶과 개인적인 사고는 서서히 꺼져 가게되는데, 1939년 그녀가 그렸던 200여점의 작품을 모아 세 번째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그녀의 존재는 당대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희미하게 지워져 가게 된 것입니다.

이후 방랑과 고립 속에서 정신착란증까지 더하여 유랑하다 1946년 눈보라 치는 어느날 거리에서 한 행인에게 발견되어 시립자제원(지금의 서울 시립남부병원)으로 옮겨져 무연고 행려병자로 분류 된채 연극처럼 살아간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나혜석은 당시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화려한 결혼 생활과 화가로서 화려한 미래가 있었음에도 시대를 앞선 사고와 무지할 만큼 순수한 생각으로 인하여 비극적인 인생을 살았던 신 여성 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작품과 삶을 통하여 당시 철벽 같았던 가부장적 사회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부딪히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유를 추구 했던 여성의 모습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녀의 이혼 고백서 중 일부를 보면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조선 남성의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 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뺏으려고 합니다.
(중략)
여자도 사람이외다. 한순간 불출하는 감정에 흩뜨러 지기도 하고 실수도 하는 그런 사람이외다. 남편의 아내가 되기 전에 내 자식의 어미이기 전에 먼저 사람인 것이오.
(중략)
조선의 남성들아 그대는 인형을 원하는가?
늙지도 화내지도 않고 당신들이 원할 때 만 안아주어도 항상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인형 말이오.
나는 그대들의 노리개를 거부하오.”

이혼고백서 중 일부 – 나혜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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