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민의 야생화> (77)황칠나무

<청민의 야생화> (77)황칠나무
  • 입력 : 2022. 11.04(금) 11:33
  • 청민 임동후
[국민생각] 얼마 전 억새 보러 우리 지역인 천관산에 다녀오다 탑산사 아래에 있는 지금 열심히 조성하고 있는 수목원에 들렀는데 그곳에 황칠나무군락이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금 황칠나무는 막 열매가 생기는 시기입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황칠로 만든 식품이나 강장식품들을 먹지만 열매의 모양을 모르시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황칠나무의 꽃이나 꽃이 열매로 변해가는 과정도 일반인들은 보시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아마도 황칠나무가 일부 한정된 지역에서 한정된 사람들에 의해 재배되고 있으며 야지에서 쉽게 재배되지 않은 수종이라 그런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우리가 강장식품이나 약초로 많이 먹는 식물들도 우리가 그들의 생장 환경이나 모습들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식물이 우리 인간에게 건강에 좋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일반인들이 모르시는 게 어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필자도 제자 중의 한 분이 해남의 어느 곳에서 비교적 큰 규모로 황칠 농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이 제자의 집을 방문하여 황칠을 넣은 백숙을 대접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황칠을 이용하여 만든 차 그리고 여러 가지 가공식품 등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냥 황칠이 건강에 좋은가보다 정도로 이해하고 지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제자에게 황칠로 만든 생산품을 많이 사서 와야 했다는 것은 집에 돌아와서야 느끼게 되었습니다.

황칠나무의 아름다운 꽃
위의 사진은 황칠나무 꽃의 모습입니다. 참으로 예술적으로 생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황칠나무 꽃은 6월에서 8월 중순에 황록색으로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꽃의 개화 기간이 길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황칠나무꽃을 보기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황칠나무가 특정한 장소에서 집단으로 키우기 때문에 야지에서 보기가 힘든 탓 이기도 하고요. 저도 황칠 꽃은 본 적이 없어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자세히 봐야 꽃의 진가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사실에 많이 부합되는 꽃인 것 같습니다.

황칠나무의 황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황칠은 옻나무 수액을 채취하여 칠하는 옻칠과 같은 전통 공예기술을 의미합니다. 황칠나무 표피에 상처를 내면 노란 액체(진액)가 나오는 데 이것을 모아 칠하는 것을 황칠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가구의 도료나, 금속·가죽의 도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황칠에 대한 기록으로는, 중국 당(唐)나라와 송(宋)나라의 문헌에 “백제 서남지방 바다 가운데 세 섬에서 황칠이 나는데, 6월에 진액을 채취하여 물건에 칠하면 금빛과 같다"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황칠나무의 꽃망울과 꽃
위의 사진은 황칠나무의 꽃망울과 꽃이 피어난 모습이 함께 있는 모습입니다. 위의 사진을 주의 깊게 보면 황칠나무는 많은 꽃꼭지가 꽃대 끝에서 방사상으로 나와 그 끝마디에 꽃이 하나씩 피는 산형꽃차례입니다. 아래쪽은 꽃망울이 아직 터지기 전이고 사진 윗부분은 꽃밥이 아직은 수분전이라 터지지 않은 연한 녹색의 꽃밥이 보이고 한편에는 수분이 완전히 끝난 상태인 갈색의 꽃밥도 보입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아름다움 그 자체로 느껴집니다.

황칠나무의 꽃과 초기 열매
위의 사진은 황칠나무꽃이 열매로 변해가는 모습입니다. 설명이 없더라도 금방 이해가 가는 모습입니다. 꽃잎과 꽃술이 먼저 떨어져 나가고 그들이 떨어져 나간 자리가 메꾸어지는 형태로 자라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의 익어가는 열매의 사진을 보시면 초기에 생긴 열매가 어떻게 자라는지 이해가 될 것입니다. 아래의 갈색빛이 도는 열매는 결국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황칠나무의 복용법을 보면 보통 잎이나 가지, 뿌리를 이용해서 끓인 물 혹은 달인 물을 만들거나 술에 숙성시켜 먹는데, 황칠나무 열매 또한 먹는 방법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황칠나무 담금주는 나무 자체를 잘게 토막 내 담그기도 하고, 열매를 모아서 담금술을 만들기도 합니다. 시골이나 여러 지방을 방문하면 이렇게 만든 담금주를 간혹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많이 먹는 백숙에도 황칠나무를 넣어서 요리한다고 합니다. 건강이 최고의 가치가 돼버린 요즘 황칠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습니다.

익어가는 황칠나무 열매
황칠나무 효능, 효과를 몇 가지 살펴보면, 혈액순환 촉진 및 통증을 완화하는 작용을 하므로 여성들의 월경에도 좋다고 합니다. 또한, 편두통, 반신불수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합니다. 이 밖에도 항산화 작용, 면역력 증진뿐만 아니라 피로 해소 및 간세포 보호,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음주 시 복용하면 숙취를 빠르게 해소할 수 있습니다. 뿌리 및 가지, 열매뿐만 아니라 봄에 나는 새순을 채취하여 장아찌 등으로 먹기도 하고 밥을 지을 때 달인 물을 첨가하기도 합니다.

황칠나무는 역사적으로는 왕실에서 쓰이는 양이 많았으며, 중국에 보내는 조공품 중 하나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중국과 왕실에서 쓰이는 양이 상당했는지, 황칠나무가 자라는 지역 백성들의 고통이 심했다고 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황칠나무가 자라면 베어버렸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우리 백성들의 삶의 고뇌가 느껴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민초들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위정자를 잘 만나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을 사는 필수 요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