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각] 정영렬은 1934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서 수학 했으며 사범학교 시절 강용운(1921~2006)의 영향을 받아 추상미술에 관심이 많았다고 보여지며, 대학 졸업 직후 한국현대작가 초대전에 참여하며 화단에 입지를 다지게 된다.
1960년대 엥포르멜(비정형추상)운동과 70년대 단색조 회화의 흐름을 주도한 작가로, 70년대 후반부터는 불교의 선(禪) 사상으로 얻은 영감을 서구의 적멸시리즈로서 한국적 추상 미술과 함께 한지 작업으로, 평면회화의 한계를 극복한 종이 부조 작업을 하는 등 독자적인 추상회화 작업을 한 대표적인 작가이다.
작가는 한국적 정서와 엥포르멜, 옵아트를 잘 융합하여 표현 함으로서 이질감 없이 우리에게 명상적 세계로 빠지게 하는 작품을 주로 했다. 작가는 화단의 유행과는 상관없이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한지라는 서양화에서는 새로운 재료, 기법, 조형에 대한 시도, 도전과 실험으로서 작가만의 독립적 회화 양식을 정립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54세에 암으로 사망함으로써 작가의 독자적인 작업세계와 작품이 꽃피우지 못하고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져 가는 불행을 맞게 된 것입니다. 그가 평생을 두고 탐구하던 우리의 추상화 ‘한국적 추상화’에 대한 고민과 그 흔적들이 어쩌면 지금에 와서 한국의 단색화를 꽃피우는데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지역 최종섭 작가의 한지 작업과도 관련이 있었으며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발전 할 수 있었을 터인데 공교롭게 두 작가 모두 일찍이 세상을 떠남으로 인하여 더 많은 빛을 발할 기회를 상실했다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2014년 8월에 있었던 국립현대 미술관에서의 유작전에 작가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변화 과정을 보면,
part1. “추상의 길을 걷다”에서는 60년대 초반의 앙포르멜 화풍의 빠르고 격정적인 기하학적 조형성, 수평적 구도, 단색조의 작품으로 그룹 활동과 파리, 상파울로 비엔날레 등의 국제 미술에 참여 하면서 보여준 새로운 추상으로의 진입 단계
part2. “자신의 화법을 모색하다”에서 보여주는 1970년대초의 전적(典籍) 즉 전통의 빛과 색에 대한 탐구에서 비롯하여 추상과 옵아트적 요소가 결합하여 독자적 세계로 가는 기반을 찾아가는 과정
part3. 적멸(寂滅)에 이르다
1970년대 후반부터 보여지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옵아트적 요소와 결합한 단일색조의 패턴에서 오는 미세한 변화와 조화에서 오는 감성의 파장을 느끼게 하는 세련되고 절제된, 독자적 작품세를 완성해 보이는 과정
part4. “다시 새로운 길을 걷다”
거의 말년에 이르는 작품으로 더 자유롭고 무한한 공간으로의 확장으로의 세계로서 한지를 두들기고, 쥐어 뜯고, 긁어내는 행위를 통한 거칠고 원시적인 작업에 의한 한층 더 고양된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듯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세게에 전개과정을 살펴보면서, 작가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그의 작품세계가 완성되는 즈음에 사망 함으로서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는 것입니다.
현대의 단색조, 비구상 미술이 인정되고 평가되는 현실을 볼 때 작가의 한지 작업의 새로운 재료, 조형에 탐구의 결과가 오늘에 있어 빛을 발하는 것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우리의 오늘이 있기에 많은 선배들에 창의와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고 정영렬 작가의 작품을 다시금 돌아보며 기억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