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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 도매요금은 주택용을 기준으로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1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5.47원 올랐다. 1년 새 인상률이 42.3%에 달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서도 작년 12월 도시가스 물가는 1년 전보다 36.2%, 지역 난방비는 34.0% 올랐다.
최근 우리 국민들은 평소보다 배 이상 오른 난방비 고지서를 확인해야만 했다. 예전 3만원 수준이었다면 1.5배이상 오른 4만5천원 선이다. 수요가 늘면 그 만큼 가중돼 실질 인상 폭은 말 그대로 폭탄수준의 부담이다.
가스요금의 경우 올해 1분기는 동결이 결정됐으나, 2분기 이후 상당 폭 인상이 예고돼 있다. 전기요금 역시 지난해 4월·7월·10월 세 차례에 걸쳐 ㎾h당 19.3원 인상됐다. 올해 1분기에도 추가로 13.1원 올랐다.
물가는 올해 들어서도 5%넘게 고공행진중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5.1%로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7.5%이후 24년만의 최고치다.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더욱 혹독하다. 특히 취약계층의 경우 지금의 위기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경제의 불안으로 기축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면서 올해도 금리는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따른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악순환 고리 속에서 국내 금리는 지난해에 이어 고공행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고금리 여파로 크게 불어난 은행 대출의 이자 부담이다. 이자비용 지출은 28.9% 늘어나(통계청,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2006년 이래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갱신했다. 지난해 금융권 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하거나 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막대한 대출이자가 월급을 깎으면서 일상이 붕괴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서민들의 소비지출이 줄면서 문을 닫는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서민의 삶이 난방비·이자폭탄으로 고통 받고 있는 반면 금융권·정유업계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고금리 이자장사로 거둔 성과급 잔치를 바라보는 국민시선은 싸늘하다. 우리 사회 양극화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어 씁쓸하다.
지난해 ‘정유 4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 3조9989억원, GS칼텍스 3조9795억원, 에쓰오일 3조4081억원, 현대오일뱅크 2조7898억원의 수익을 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많게는 150%가 넘었다.
금융권은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장사로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신한 4조6423억원, 국민 4조4133억원, 하나 3조6257억원, 우리 3조1693억원, 농협 2조2309억원 등으로 18조원을 돌파했다.
이자 장사로 올린 수익은 성과급 잔치로 이어졌다. 시중은행은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에 퇴직금만 7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5대 은행이 지급한 성과급은 농협 6706억원, 국민 2044억원, 신한 1877억원, 하나 1638억원, 우리 1556억원 등이다.
광주은행의 예대금리차는 5.11%로 전북은행 6%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광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천 5백 81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광주은행은 은행장에게 8억 원, 임원들에게 평균 1억 원씩, 최고위급에 성과급 35억 원을 지급했다.
반면 광주은행의 사회공헌활동은 상대적으로 매우 인색했다. 2021년 기준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2백 18억 원 규모로 당기순이익의 11.6%로 15%가 넘는 부산은행 등 다른 지방은행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장 열악한 지역에서 서민들로부터 가장 높은 이자를 받은 셈이다.
정부는 고금리 관련 대책으로 예대금리차 축소를 시중은행에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고금리 상황을 이용해 이익을 얻었다면 이를 환수해 고금리로 고통 받는 차주를 돕는 방식을 제안한다. 출연금 또는 세금 등으로 은행의 초과이윤을 환수해 이를 재원으로 취약 차주들의 고금리 부담을 낮춰주는 게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은행권 스스로 월급이 오르거나 승진해 신용이 높아진 대출고객에게 법률이 정한 금리인하요구권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
벼랑에 몰린 소상공인을 위해선 에너지 취약계층으로 분류해 에너지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법제화가 우선되어야한다.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는 에너지 바우처와 요금 할인 등을 포함하는 제도적 지원방안이 필요하다. 취약계층에 대한 유연한 금융정책과 함께 재정준칙을 통한 정부의 건전재정 회복 노력이 중요하다.
/글=박상원
